오비맥주, 전환배치 논란에 '구조조정' 뒷말 무성…부산 주부를 서울로 발령?
오비맥주, 전환배치 논란에 '구조조정' 뒷말 무성…부산 주부를 서울로 발령?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1.07.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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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총파업 돌입…오비맥주지회 “전환배치 철회‧임금교섭” 요구

先 전환배치 後 희망퇴직 유도…노조 “구조조정 상황”

[백세경제=최주연 기자] 임금협상 최종 결렬로 오비맥주 양대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다. 임금 협상으로 시작된 이번 노사 갈등은 전환배치 철회 등 노동환경 개선으로까지 확장되면서 더 격렬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 1위 오비맥주는 최근 역성장 기록과 경쟁사와의 점유율 격차가 좁아지는 난제에 부딪히면서 지난해부터 노동자에 대한 전환배치와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반면 모회사인 외국계 회사에 대한 배당을 당기순이익 2.5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집행했고, 격년 배당하던 것을 2년 연속 배당하면서 모회사 배불리기에만 골몰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오비맥주 양대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다. 임금 협상으로 시작된 이번 노사 갈등은 전환배치 철회 등 노동환경 개선으로까지 확장되면서 더 격렬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소상공인 응원 ‘싹투어’ 캠페인.(사진=오비맥주)
지난 8일 오비맥주 양대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다. 임금 협상으로 시작된 이번 노사 갈등은 전환배치 철회 등 노동환경 개선으로까지 확장되면서 더 격렬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소상공인 응원 ‘싹투어’ 캠페인.(사진=오비맥주)

화섬식품노조 오비맥주지회에 따르면 지난 8일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오비맥주노동조합(오비맥주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오비맥주지회(오비맥주지회)가 총파업에 나섰다. 오비맥주는 지난 1일 노조에 임금교섭 최종안을 제시했고 이를 끝까지 고수하면서 양대 노조와의 임금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협상으로 시작된 이번 파업은 전환배치 철회 요구로 확대되고 있다. 앞서 오비맥주지회는 지난달 말부터 오비맥주의 조직개편안을 거부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달 28일 청주공장 생산직과 전국 영업직 노동자 850여명이 청주공장에서 출정식을 열고 5일 동안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오비맥주지회에는 청주공장과 전국 영업점에 근무하는 영업지원직 노동자가 소속됐고, 오비맥주노동조합에는 오비맥주 이천공장과 광주공장이 속해있다.

"새 조직개편 단행, 목적은 구조조정"

오비맥주지회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해부터 전환배치와 희망퇴직을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 지회는 회사의 이러한 방침을 기회 제공을 명분으로 한 구조조정으로 보고 있다. 실제 오비맥주는 전국의 40여개 영업점에 근무하는 영업지원직 여성노동자 50여명을 수도권에 일괄적으로 배치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오비맥주지회 관계자는 “부산 주부를 서울로, 목포 주부를 안양으로 발령을 냈다”면서 “이미 7월 1일부로 발령이 났고 총파업으로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청주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를 이천이나 광주로 전환 배치시키고 이를 거부하면 희망퇴직으로 유도하는 식”이라면서 “지난해부터 정년퇴직이 얼마 안남은 분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오비맥주는 지난해 4월과 9월 두 차례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근속 10년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올해 6월에도 다시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잦은 희망퇴직 단행을 오비맥주의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14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 3529억원, 40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 28% 감소했다. 순이익은 1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1.7% 줄었다. 더구나 업계 2위인 하이트진로의 가정용 맥주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31.9%로 성장하면서 점유율 49.5%로 업계 1위인 오비맥주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여름 성수기를 앞둔 오비맥주에게 총파업은 공급 차질로 인한 최대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오비맥주는 노조의 연차휴가를 반려했고 청주공장 노조는 무노동 무임금 투쟁을 벌이면서 파업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오비맥주지회 관계자는 “회사의 조직개편은 다름 아닌 구조조정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요구 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비맥주 모기업 배부르기에 골몰? ESG경영 진정성 지적

오비맥주는 지난해 모회사인 벨기에 기업 AB인베브에 4000억원을 배당하면서 고배당 논란도 불거졌다. 이는 한해 당기순이익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게다가 격년 배당 해온 것을 2년 연속 배당한 것에도 빈축을 사고 있다.

오비맥주는 △2015년 3700억원 △2017년 3450억원 △2019년 4390억원 △2020년 4000억원을 배당했다. 최근 오비맥주는 카스 ‘가성비팩’과 ‘실속팩’에 대한 출고가를 각각 11.2% 인상하는 등 제품 가격을 번번히 바꾸는 ‘고무줄 가격 정책’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본지]는 OB맥주에 이번 총파업과 전환배치, 임금교섭 가능성에 대한 입장을 직접 들어보려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벤마그다하르트제이베르(사진) 오비맥주 대표이사는 사람을 중시하는 이벤트를 펼쳤다. 정작 회사 노동자에 대한 노동권 및 복지는 지켜지지 않는 것 아니냐며 ESG경영에 대한 진정성이 지적되고 있다.(사진=오비맥주)
벤마그다하르트제이베르(사진) 오비맥주 대표이사는 사람을 중시하는 이벤트를 펼쳤다. 정작 회사 노동자에 대한 노동권 및 복지는 지켜지지 않는 것 아니냐며 ESG경영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사진=오비맥주)

한편, 최근 오비맥주는 '소비자와 미래 100년 이상 동행'이라는 기업 비전을 밝히며 ‘100+ ESG경영 강화 선포식'을 열고 맥주 생산부터 포장, 운반, 소비 전 과정에 걸쳐 환경경영과 사회적 책임 이행, 준법투명경영을 더욱 강화한다고 선포했다. OB맥주는 ESG 선도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맥주 부산물을 이용한 식품 개발과 충북 제천에 쌀을 활용한 필드아트를 조성하며 관심을 받았고 일하기 좋은 기업 대상에서 기업 복지 우수 기업으로 꼽혔다.

또한 벤마그다하르트제이베르 오비맥주 대표이사는 지난해 ‘물과 사람 일러스트 공모전’, ‘환경보호활동 대학생 서포터즈 ’오비랑‘ 모집 등 사람을 중시하는 이벤트를 펼쳤다. 하지만 정작 회사 노동자에 대한 노동권 및 복지는 도외시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순수 ESG경영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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