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숙 행복한노년문화연구소장
김선숙 행복한노년문화연구소장
  • 김선숙
  • 승인 2009.02.23 13:40
  • 호수 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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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의미있는 노년의 삶

▲ 김선숙 행복한노년문화연구소장
노년의 삶은 미리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노년은 일생에서 누구나 겪는 일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스키너는 노년을 경험하고 싶다면, 안경에 먼지를 잔뜩 묻히고 귀를 솜으로 막은 다음 커다랗고 무거운 신발을 신은 뒤 장갑을 낀 채 하루를 살아보라고 했다.

나이가 들면 시력과 청력이 떨어지고 감각이 무뎌지며 신체 및 생리적으로 매우 불편하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노인을 ‘젊은 사람의 짐’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외로움과 소외감, 사회 심리적 부담과 경제적 빈곤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노년에 겪는 어려움을 질병과 가난, 고독, 무위(無爲) 등 네 가지 고통으로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늙어가는 것은 아니다. 어떤 태도로 노년을 맞느냐에 따라 80세에도 젊은이 못지않게 살아갈 수 있다.

라이카드(Reichard, 1962)는 노년을 보내는 유형을 다음 다섯 가지 형태로 제시했다.

첫째, 성숙형이다. 이 경우는 노화를 불만 없이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자신이 잘 살았다고 생각하며 과거에 대해서도 후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들은 늙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자신은 최선을 다해 살아왔노라고 느낀다. 또한 죽는 날까지 활동하며, 대인관계도 활발하게 가지려 한다.

둘째는 은둔형이다. 할 만큼 했으니 이제 조용히 쉬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사회적 활동과 책임에서 벗어나 조용히 사는 것을 오히려 행복하게 생각한다. 은퇴와 더불어 그동안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홀가분하게 책을 읽거나 조용한 시간을 이용해서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일을 찾아 하면서 시간을 보내려 한다.

세 번째 무장형은 활동하지 않으면 늙는다고 생각해 불안 속에서 활동을 많이 하는 경우다.

네 번째 분노형은 자신의 인생이 불행했다고 여기면서 늙음을 아쉬워하고, 주변의 여건이나 환경에 대해 끊임없이 불평한다. 지난 온 세월을 허송한 데 대해 억울하게 생각하고, 그 책임을 시대, 국가, 부모, 형제 혹은 자녀 탓으로 돌린다. 그리고 이들에 대해 분노한다. 이 경우는 남은 인생을 절망과 실패감으로 지낸다. 노인이 되어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사람들도 이런 유형이 많다.

다섯째, 자학형이다. 앞서 지적한 분노형이 인생 실패의 원인을 불행한 시대나 경제사정, 주변환경, 가족들에게 책임을 돌리며 외적인 면으로 분노를 투사하는 반면, 자학형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어 그렇다고 여긴다. 이들 역시 늙어가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슬퍼한다. 우울해지며, 삶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가족들이 늘 지켜줘야 하는 경우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노화는 결코 외적인 성공 여부에 달려 있지 않다고 말한다. 본인의 심리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만족할 수도 있고, 불만족 할 수도 있다. 노년에 신앙이 권장되는 이유는 자학형이나 분노형의 사람들도 성숙형으로 전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에 의하면 장수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정기적인 종교활동을 하고 있다.

행복한 노년생활을 위해서는 어떤 삶의 자세가 필요할까.

첫째, ‘용서해 주세요’라고 말한다. 둘째는 ‘용서합니다’라고 말한다. 용서를 베풀고 용서를 구하는 말은 참으로 하기 힘들다. 하지만 충만한 삶을 살려고 한다면 용서받고 용서해야 한다.

셋째, ‘감사합니다’이다. 마더 테레사는 ‘이 세상에서 빵보다 더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사랑과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아무리 많이 해도 절대로 해가 되지 않는 말이 고맙다는 말이다. 고마워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가슴으로 느끼는 것은 고마움을 말로 표현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

넷째, ‘사랑합니다’라고 말한다. 사랑은 인간이 느끼는 감정 중에서 가장 강렬한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너와 나 사이의 관계가 소중하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사랑을 받고 있음을 느끼고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째는 작별인사다. 하늘 아래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심을 때와 거둘 때가 따로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말을 전하지 못한 채 갑자기 죽을 지도 모른다. 평생의 선물로 남을 만한 귀한 작별인사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선숙 행복한노년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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