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차는 만성폐쇄성폐질환, 금연이 치료의 시작
숨이 차는 만성폐쇄성폐질환, 금연이 치료의 시작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12.17 15:15
  • 호수 7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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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폐쇄성폐질환의 증상과 치료
그림=게티이미지뱅크

70대 이상 남성의 절반이 걸리는 병… 급성으로 악화되기 전 치료해야

흡연·유해가스 노출 등으로 염증 발생… 폐기능 검사 등 조기 진단 중요

[백세시대=배지영기자] 박상오 씨(65)는 1년 전 움직이기만 해도 호흡곤란이 심해져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진료실을 나서는 그에게 ‘금연’을 강권했고, 박씨는 40년 가까이 매일 한 갑씩 피우던 담배를 그날로 끊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기관지가 좁아지면서 호흡이 어렵게 되는 병으로, ‘만성’이라는 말 그대로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이상을 느끼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국내 45세 이상 성인 5명 중 1명,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신아영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은 급성으로 악화해 입원하게 되면 3.3년 뒤 50%가 사망하고, 7.7년 뒤에는 75%가 사망하는 무서운 질병”이라며 “하지만 의학의 발달로 꾸준히 관리하면 유지와 관리가 가능한 질병인 만큼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높은 유병률 대비 인지도는 낮아

문제는 이러한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심각성에 비해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는 점이다. 숨이 차거나 가래, 기침이 나타나면 단순히 감기로 여기거나 증상이 좀 가라앉으면 나았다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만성폐쇄성폐질환의 40세 이상 유병률은 13.3%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더 증가해 70대 이상 남성은 48.5%로 높게 나타난다. 반면, 실제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있다고 인지한 사람의 비율은 2.8%에 불과해 대부분 증상이 악화한 후 병원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70~80%는 흡연과 연관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담배를 피우거나 직업적 유해가스 노출, 실내외 공기 오염, 폐 감염 등에 의해 기관지와 폐 실질(폐를 실제적으로 구성하고 있는 조직)에 만성 염증이 발생해 생긴다.

만성 염증으로 기관지가 좁아지고 폐 실질이 파괴되면 폐기종(폐포 공간이 확장된 상태)이 생기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기도가 좁아져 숨을 쉴 때 공기의 이동이 잘 이뤄지지 않게 돼 숨이 차게 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이렇게 공기가 들어오기도 힘들어지고 호흡곤란이 악화돼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는 무서운 병이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위험인자는 △65세 이상의 고령 △남성 △저소득 △과거 또는 현재 흡연자 등이다. 일반적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의 70~80%는 흡연과 관련돼 나타난다. 나머지는 비흡연자에게서 발생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결핵과 천식을 비흡연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고 있다.

◇호흡곤란·기침 지속되면 의심해야

초기에는 증상을 못 느끼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기침과 호흡곤란이 흔한 증상이지만 기관지 천식, 심부전, 폐렴, 폐암, 기관지확장증 등 다른 질환에서도 이러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구분이 필요하다. 보통 점차 심해지는 호흡곤란(특히 운동하면 심해짐)과 지속적 또는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잘 낫지 않고 오래가는 기침, 계속되는 가래 등이 나타난다.

문제는 폐 기능이 30~40%로 떨어진 상태에서 검사를 받으러 가는 환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폐 기능이 이렇게까지 떨어진 후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폐가 두 개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한쪽 폐만으로도 살 수 있는데, 폐 기능이 50%까지 떨어져도 특별히 운동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은 별 증상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조기에 발견했더라도 완치는 어렵지만 적극적인 약물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

신 교수는 “과거에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사망률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약제의 발달로 조기에 진단하면 폐 기능의 저하를 막을 수 있다”며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미리미리 폐 정기검진을 받고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말고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방·치료는 ‘금연’부터

만성폐쇄성폐질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인자를 제거하는 것이다. 특히 금연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경과를 변화시킬 수 있고 폐 기능 감소를 늦출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담배를 계속 피우는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는 급성악화가 자주 발생해 입원 위험과 사망률이 높아진다.

더불어 모든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들은 규칙적인 신체 활동이 필수다. 숨이 차다고 움직이지 않게 되면 계속 앉아 있거나 누워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우리 몸의 호흡 근육을 포함한 운동 근육이 위축된다. 일상생활과 운동은 호흡곤란을 완화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우울이나 불안 등의 문제를 감소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40세가 넘으면 1년에 한 번씩 흉부 엑스레이를 찍고 매년 사진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폐 건강을 확인할 수 있다.

신 교수는 “폐 기능 검사 등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 진단하는 것이 환자의 증상을 경감시키고, 추후 중증환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인 비용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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