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나선 ‘태안의 기적’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나선 ‘태안의 기적’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4.11 11:29
  • 호수 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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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12월 7일 충청남도 태안군 앞바다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 호’와 국내 A중공업 소속 배가 충돌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때 유조선 탱크에 있던 원유 1만2547㎘(대형유조차 500대분)가 유출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고로 인해 충남에서만 6개 시·군(보령‧서산‧당진‧서천‧홍성‧태안)의 해안선 70.1㎞, 해수욕장 15개소, 도서 59개소가 오염됐으며 전국적으로는 3개 시·도에 걸쳐 11개 시·군의 해안선 375㎞, 해수욕장 15개소, 도서 101개소에서 기름 오염이 확인됐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복구에만 수십년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위기에 강했다. 사상 최악의 사고로 기름범벅이 된 바닷가에는 이튿날부터 기름을 퍼내고 바위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려는 자원봉사자들이 한 사람씩 찾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봉사자 규모는 수백명에서 삽시간에 수만명으로 불어났고 고사리손의 아이부터 주름진 노인들까지 바위 곳곳에 묻은 기름때를 닦고 또 닦았다. 그렇게 총 123만명의 손길이 닿은 태안 앞바다는 이듬해 해수욕장을 개장할 만큼 빠르게 제모습을 찾았다. 완전한 회복에는 시간이 더 걸렸지만 검은 기름띠를 걷어낸 것만으로도 ‘태안의 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충남도는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이 삼국유사, 내방가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 등재 신청 대상으로 선정됐다고 지난 4월 5일 밝혔다.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은 피해 극복 과정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와 개인들이 생산한 20만9556건의 기록물이다.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짧은 시간 안에 대규모 환경 재난을 극복해 내고, 해양 환경까지 복원한 성공 사례를 상세하게 담고 있다. 기록물은 사고 대응, 방재 활동, 자원봉사 활동, 배·보상, 복구 활동, 환경 및 사회 복원, 국제협력, 해양생물 표본 등으로 구분된다. 또 사진과 종이문서, 영상, 구술기록, 전자문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상세하게 극복과정을 보여준다. 충남도는 이 기록물이 피해 예방과 극복에 대한 정보원으로서의 의미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신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역사학자들은 인류가 원시성을 벗어난 것은 ‘기록’을 하면서부터라고 말한다. 바꿔 말하면 인류가 멸종하지 않은 이유는 기록 덕분이기도 하다. 현재 코로나19 극복 과정도 상세히 기록되고 있고 태안이 그랬던 것처럼 결국 인류는 또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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