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령친화산업 육성 ‘헛구호’
정부, 고령친화산업 육성 ‘헛구호’
  • 정재수 기자
  • 승인 2009.04.21 17:53
  • 호수 1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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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법 시행규칙 없어…요양보험 통한 육성책은 '어불성설'

정부의 고령친화산업 육성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미래 신성장동력산업에서 고령친화산업을 제외시키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흐지부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만들어졌고 고령친화산업도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하지만 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자문기관으로 격하됐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도 4월 21일 직제개편을 통해 ‘고령친화산업과’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고령친화산업과는 고령친화용품 및 업체에 대한 개발 지원, 우수사업자 지정 등 고령친화산업 전반에 걸쳐 업무를 관장해 왔다.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부서가 폐지됨에 따라 고령친화산업 육성은 더욱 더 힘들어 질 전망이다.

고령친화산업과 관계자는 “고령친화산업과가 처음 신설될 당시 2008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방침이었다”면서 “과는 폐지되지만 업무는 고령친화정책과로 이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지난 2006년 12월 제정된 ‘고령친화산업진흥법’은 법과 시행령만 있을 뿐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시행규칙이 정해지지 않아 실효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 결과 최근 시중에서 유통되는 노인복지용구의 경우 장애용품과 의료기기, 일반 공산품 등과 구별조차 어려운 실정이어서 ‘고령친화산업’을 거론하기 조차 거북한 상태다.

한국고령친화용품산업협회가 지난 2007년 조사한 ‘고령친화용품 산업체 자본금’ 자료에 따르면 자본금 1억~5억원 미만 사업체가 전체 376개 업체 중 173개 업체로 나타났으며, 1억원 미만인 업체도 120개나 됐다. 업계 전체의 80%에 육박하는 업체들이 자본금 5억원 미만의 중소규모다.

이처럼 자본금 규모도 열악한 국내 고령친화산업계는 법과 제도적 기반도 기대할 수 없는 처지여서 앞으로도 영세한 경영에서 탈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고령친화용품산업협회 이태범 팀장은 “고령친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하루 빨리 고령친화산업진흥법 시행규칙을 만들어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가족부 고령친화산업과 관계자는 “고령친화산업진흥법 시행규칙이 없는 이유는 딱히 시행규칙으로 정해야 할 항목이 없고 시행령에 관련 사항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라면서 “고령친화산업의 범위가 너무 넓고, 어느 부처 소관인지 명확히 규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복지용구 구매 한도액도 고령친화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엷은 의지를 나타낸다. 현재 복지용구 구매 한도액은 160만원. 지난해 150만원에서 10만원 인상됐다.

지난 4월 9일 기준, 우리나라 전체 노인인구 500만명 중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등급판정을 받은 어르신은 30만6421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중 장기요양보험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1, 2, 3등급 어르신은 24만4992명으로 줄어든다.

시설에 입소하는 1등급 어르신들을 제외하면 실제 노인복지용구를 구입 또는 대여해 사용하는 대상자는 18만6000여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연간 160만원의 한도액을 소진한다 해도 총 비용은 약 2976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고령친화용품산업협회가 지난 2007년 조사한 국내 고령친화용품 업체 252곳의 매출액 4조3000억원의 6.9%에 불과한 금액이다. 노인복지용구만으로는 장사가 안 된다는 얘기다.

한 노인복지용구 업체 관계자는 “장기요양보험제도에만 의존할 경우 적자를 면할 수 없다”면서 “이에 따라 적자를 메우기 위해 급여품목이 아닌 복지용구 판매에 더욱 치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국내 고령친화산업 시장규모가 워낙 작다보니 국내 업체들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연구개발에 매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다른 복지용구 사업소 관계자도 “복지용구 구매 한도액을 15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10만원 올린다고 해서 업체들의 매출에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면서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통해 소비자와 업계를 만족시킬 만한 특단의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수 기자 jjs@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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