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가위손' 노인 2만명에 이발봉사
'사랑의 가위손' 노인 2만명에 이발봉사
  • 연합
  • 승인 2009.05.18 07:42
  • 호수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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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탑골공원서…이기봉 정화예술대 미용과 교수
▲ 8년간 2만여명이 넘는 어르신들에게 무료 이발봉사를 한 이기봉(50) 정화예술대학 교수.
 "어려운 사람들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좋지만 내가 가진 기술을 이용해 기쁨을 주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요."

지난 5뤌 1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지난 8년간 이 공원에서 계속한 노인들에 대한 이발봉사로 '사랑의 가위손' 으로 불리는 이기봉(50) 정화예술대 미용과 교수가 20여 명의 제자를 데리고 나타났다.

아침부터 적지않은 비가 내려 공원에는 일부 어르신들만 평소처럼 자리를 지킬 뿐 인적이 드물었지만, 이 교수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발도구를 가지런히 정렬해 놓고 '손님'을 기다렸다.

이 교수가 처음 공원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이발 봉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 5월 어버이날이었다.

우연히 버스를 타고 탑골공원을 지나다 소일하는 노인들을 보고는 단순히 '쌈짓돈이라도 아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이 교수는 자신이 운영하는 과내 동아리 '시저스(가위)'에서 미용기술을 배우는 제자들과 함께 매달 2번씩 탑골공원을 찾았다.

이렇게 시작한 이발봉사는 이날로 205회째로, 지금까지 이 교수의 '가위손'에 머리를 맡긴 어르신은 모두 합쳐 2만50명이 됐다. 매달 약 200명이 혜택을 본 셈이다.

이 교수는 2002년부터는 매년 빠지지 않고 여름방학 때마다 산골 오지를 돌아다니며 2박3일 일정의 이발봉사도 하고 있다.

그는 "어르신들이 정이 많아 이발하고 그냥 가시는 법이 없다"며 "음료수 하나라도 손에 꼭 쥐여주시고 농촌 봉사를 가면 먼 길을 마다치 않고 감자나 옥수수를 쪄오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탑골공원 관리사무소 측이 유적지 보호를 이유로 이발장소를 옮겨 줬으면 하는 뜻을 밝혀 고민에 빠졌다.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날 2만50명째 어르신의 이발을 해 주고 나서 그간의 공을 제자들에게 돌렸다.

그는 "요즘 아이들이 인간성이 없고 되바라졌다고들 하는데 내 제자들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며 "제자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대견스러워했다.

그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시작했는데 벌써 2만 명이 넘었다니 꽤 성과를 거둔 것 같다"며 "힘이 닿는 한 내가 가장 잘하는 기술로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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