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탑골공원서…이기봉 정화예술대 미용과 교수
"어려운 사람들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좋지만 내가 가진 기술을 이용해 기쁨을 주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요."지난 5뤌 1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지난 8년간 이 공원에서 계속한 노인들에 대한 이발봉사로 '사랑의 가위손' 으로 불리는 이기봉(50) 정화예술대 미용과 교수가 20여 명의 제자를 데리고 나타났다.
아침부터 적지않은 비가 내려 공원에는 일부 어르신들만 평소처럼 자리를 지킬 뿐 인적이 드물었지만, 이 교수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발도구를 가지런히 정렬해 놓고 '손님'을 기다렸다.
이 교수가 처음 공원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이발 봉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 5월 어버이날이었다.
우연히 버스를 타고 탑골공원을 지나다 소일하는 노인들을 보고는 단순히 '쌈짓돈이라도 아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이 교수는 자신이 운영하는 과내 동아리 '시저스(가위)'에서 미용기술을 배우는 제자들과 함께 매달 2번씩 탑골공원을 찾았다.
이렇게 시작한 이발봉사는 이날로 205회째로, 지금까지 이 교수의 '가위손'에 머리를 맡긴 어르신은 모두 합쳐 2만50명이 됐다. 매달 약 200명이 혜택을 본 셈이다.
이 교수는 2002년부터는 매년 빠지지 않고 여름방학 때마다 산골 오지를 돌아다니며 2박3일 일정의 이발봉사도 하고 있다.
그는 "어르신들이 정이 많아 이발하고 그냥 가시는 법이 없다"며 "음료수 하나라도 손에 꼭 쥐여주시고 농촌 봉사를 가면 먼 길을 마다치 않고 감자나 옥수수를 쪄오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탑골공원 관리사무소 측이 유적지 보호를 이유로 이발장소를 옮겨 줬으면 하는 뜻을 밝혀 고민에 빠졌다.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날 2만50명째 어르신의 이발을 해 주고 나서 그간의 공을 제자들에게 돌렸다.
그는 "요즘 아이들이 인간성이 없고 되바라졌다고들 하는데 내 제자들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며 "제자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대견스러워했다.
그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시작했는데 벌써 2만 명이 넘었다니 꽤 성과를 거둔 것 같다"며 "힘이 닿는 한 내가 가장 잘하는 기술로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
저작권자 © 백세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