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검정고시 합격한 고진문(79) 할머니
중학교 검정고시 합격한 고진문(79) 할머니
  • 연합
  • 승인 2009.05.21 09:15
  • 호수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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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시 반 입학 하루도 안빠지고 공부 매진
"죽기 전에 한글을 배워서 역경많은 제 인생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을 내고 싶었습니다."

최근 발표된 중입 검정고시 경기도 최고령 합격자인 고진문(여·79·고양시 주엽동) 어르신.

고 어르신은 3년 전 큰 딸에게서 컴퓨터를 선물받았지만 한글을 모르는 답답함에 공부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충북 영동군 황간초등학교 4학년 때 학비를 내지 못해 학업을 중단한 이후 늘 공부에 대한 한을 품고 살았지만 32년 전 세무서 직원이었던 남편이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 1남 2녀를 혼자서 뒷바라지해야 한 어르신에게 공부는 사치였다.

손재주가 뛰어난 어르신은 어린시절부터 디자이너를 평생의 꿈으로 품고 살았지만 학업의 기회가 없어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그러다 자식들을 결혼시키고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험난했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

어르신은 한가한 생활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글공부에 힘써 보자는 생각에 1년간 일산노인복지회관에서 한글을 배운 뒤 검정고시반에 입학해 하루도 빼놓지 않고 회관을 드나들며 공부에 매진했다.

친구와 가족들이 '나이들어 배우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핀잔이라도 줄까 처음에는 주위에 알리지도 않고 공부했다.

어르신은 "초등학교 시절에는 한일합방으로 일본인 선생 밑에서 일본어를 배웠다"며 "그 이후로는 진학을 못해 한국사람이면서도 한글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게 늘 서러웠다"고 말했다.

아직도 한글을 읽는 데 속도는 조금 느리긴 하지만 시간날 때마다 꾸준히 공부하다 보니 그동안 글을 읽지 못해 답답했던 것들이 하나씩 선명하게 다가오는 뿌뜻함이 크다. 

어르신은 "앞으로 글공부와 컴퓨터학습을 계속해 한 많은 인생을 담은 자서전을 꼭 내고 싶다"며 "남은 인생 공부에 모든 시간을 투자해 욕심으로는 대학도 가고 싶다"며 학업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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