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대부' 김득황(94) 동방사회복지회 이사장 은퇴
'입양아 대부' 김득황(94) 동방사회복지회 이사장 은퇴
  • 함문식 기자
  • 승인 2009.05.21 10:37
  • 호수 17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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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간 부모없는 아동 6만명 새 가정 찾아줘

▲ 5월 20일 김득황 이사장의 은퇴 찬하식이 열린 연대동문화괸에서 김 이사장과 국내외 사회복지관계자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5월 20일, 연세대 동문회관에서는 아주 특별한 은퇴 찬하식이 열렸다. 지난 37년간 6만명의 부모 없는 아동에게 새로운 가정을 찾아 줘 ‘입양아의 대부(代父)’로 알려진 김득황(94) 동방사회복지회 명예이사장이 공식 은퇴식을 가진 것.

이날 은퇴식에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홀트아동복지회 말리홀트 이사장과 민경태 회장, 한국사회복지협의회 김득린 회장, 서대문구 이해돈 부구청장, 홍보대사인 연극인 윤석화씨 등 내빈과 입양가족 및 관계인사 3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 행사장에는 홍보대사인 연극배우 윤석화씨가 찾아 김득황 이사장의 은퇴식을 축하했다.

한국 입양계의 ‘대부’로 불리며 37년간 동방사회복지회를 이끌어 온 김득황 이사장의 은퇴식은 많은 국내외 인사들의 뜨거운 환송과 전별의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났다.

김 이사장의 살아온 길과 입양아동의 사례를 소개하는 자리에서는 김 이사장의 은퇴를 아쉬워하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행사가 끝나고 은퇴식에서 퇴장하는 자리에서는 모든 참석자들이 식사를 멈추고 이사장의 퇴장에 기립하며 전별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의 이력은 매우 특이하다. 공직자로서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가족부) 원호국장과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차관을 지냈으며, 미국 공식 파견돼 최초로 사회복지제도를 연구하기도 했다.

역사문제에도 관심이 깊어 한반도 북방문제에 대한 역사가로도 유명하다. 그동안 집필한 ‘만주어 사전’ ‘만주의 역사’ ‘한국사상사’ ‘한국 고대도덕의 연구’ 등 많은 저작이 책으로 출판됐다.

무엇보다 특별한 이력은 60세에 이르러 공직에서 은퇴하고 사회복지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남들은 관료로 은퇴하고 나면 적당한 소일거리를 찾거나 학자로서 저작에 몰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김득황 이사장은 60세에 뛰어든 입양사업을 통해 37년간 6만명의 부모잃은 아이들에게 새 가정을 찾아줬다. 현재 동방사회복지회는 종합사회복지 법인으로서 입양을 비롯해 미혼모, 장애인, 노인복지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사회복지법인으로 성장했다.

▲ 평생을 아동의 대부로 살았던 김 이사장의 은퇴식에 어린이들이 꽃다발을 전하고 있다.

전쟁 이후 버려진 아이들을 보며 그냥 지나치지 못해 하나 둘씩 데려다가 돌봐주기 시작한 것이 5~6명에 달했다. 정식 입양절차는 거치지 않았지만, 이 아이들은 김 이사장의 보살핌 아래 목사와 전도사, 은행지점장 등 훌륭한 사회의 동량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김 이사장이 은퇴 후 본격적으로 사회사업에 뛰어든 이유를 짐작케 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1972년, 환갑이 다 된 나이에 동방사회복지회를 설립한 후 올해 3월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 5시에 출근해 매일 입양되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기도를 올렸다. 그의 손을 거친 6만명의 아이들은 자칫하면 사회의 어둠속으로 묻힐 수도 있었던 소중한 인재들이다.

김득린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이사장은 찬하사를 통해 “김득황 회장님의 찬하사를 내가 드린다는 것이 송구스러울 따름”이라며 “우리나라에 이런 숭고한 뜻을 가진 분이 계시는 것 만으로도 축복된 일이며, 한국사회복지계의 모든 뜻을 모아 진심어린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고 말했다.

마돈나 킹 미네소타양자회 이사장도 “한 사회에서 미래를 위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김득황 박사님의 동방사회복지회는 한국 근대화의 과정에서 수많은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소중한 역할을 해 왔고, 사회 인식을 전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찬하사를 전달했다.

김 이사장은 감사 인사말에서 “그동안 입양아동을 제자식처럼 정성껏 돌봐준 양부모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는 인사로 소회를 대신했다.

▲ 김득황 이사장이 은퇴식에서 퇴장하자 모든 사람들이 식사하던 자리에서 일어나 김 이사장이 돌아가는 길에 도열했다.

은퇴식 자리에는 입양가족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동방사회복지회 입양부모 모임인 한마음회 오정순 회장은 본인의 고등학생 아들이 있는 상태에서 1999년 1월, 3살배기 딸과 같은 해 12월 갓난여자아이를 입양했다.

오 회장은 입양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는 입양으로 인해 새로운 삶을 얻었다”며 “자칫 무력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삶에서 새로운 생명을 돌본다는 것은 인생에서 다른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는 희열이자 가치”라고 말했다.

오 회장은 “김득황 이사장님은 겉으로 사회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마음으로 우러나는 사회사업을 하시는 분”이라며 “존경을 넘어서 그 분의 삶을 닮을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살고 있다”고 전했다.

▲ 동방사회복지회가 운영하는 장애아동 특수학교인 '동방학교'의 '핸드벨 팀'은 핸드벨 연주로 참석자들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선물했다.

한편, 은퇴식에는 한국 아동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 호주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동방사회복지회를 통해 2남2녀를 입양한 마호니씨는 “7년전부터 해마다 아이들의 고향인 한국을 찾고 있다”며 “우리 부부에게 아이들을 선물한 김 이사장의 은퇴식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이사장직에서 물러나 명예이사장으로 자리를 지켜온 김득황 이사장은 ‘아이들에게 미안한 일밖에 한 게 없다’며 은퇴식을 한사코 사양했지만 주변의 권유로 이날 때늦은 은퇴식을 치렀다.

함문식 기자 moo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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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현 2011-02-08 20:59:22
동방사회복지회가운영하는 장애아동 특수학교인 동방학교의 핸드벨연주
로 참석자들에게 아름다운 선율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