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를 이끄는 사람들 ⑩
노인복지를 이끄는 사람들 ⑩
  • 함문식 기자
  • 승인 2009.06.04 10:14
  • 호수 1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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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균 신임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장

 

▲ 가톨릭사제단에서 노인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성균 신부가 신임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장으로 위촉됐다.

 


최근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의 운영주체가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가톨릭사회복지회'로 변경됐다. 앞으로 3년간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의 수장을 맡아 노인학대 예방사업을 펼칠 최성균 신부는 서울 종로성당의 주임신부로 봉직하면서 지난 10여년간 생활형편이 어려운 주변 노인들을 위해 무료급식사업을 비롯해 생활비 지원, 의료지원 등 다양한 복지프로그램을 마련해 어르신들을 보듬어 왔다. 특히 그는 가톨릭 노인복지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누구보다 노인문제에 관심이 많은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최성균 신임관장을 만나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운영 방향 등을 물었다.  

▶ 그간 형편이 어려운 노인을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해 왔는데.
종묘 주변에 모이는 어르신들은 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어르신들을 종로성당으로 안내해 급식 지원과 생활비 등을 지원해 드렸다. 갖가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신자들이 노인들의 안하무인격 행동으로 인해 신앙생활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세상엔 나누려는 마음을 가진 분들이 더 많았다. 그간 인근 '유훈치과' '백제치과' 등이 치아관리가 절실한 어르신들께 금액으로 따지자면 10억원 이상의 의료지원을 해 드리기도 했다. 현재도 치기공사, 치과의사,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녹야회’가 많은 어르신들께 큰 도움을 드리고 있다.

▶ 노인학대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정신적인 가치가 붕괴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세계에서 효사상이 가장 발달돼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던 우리나라가 근래 들어서는 오히려 서양 사람들보다 부모공경을 안 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이는 역설적으로 과거 산업화를 거치면서 물질적인 가치만 강조했던 현 노년세대들이 자초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질과 의료적 측면에서 노인을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정신적 가치를 하루빨리 복원하는 것이 시급하다. 비공식적인 통계이긴 하지만 하루 자살 노인이 12~13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일제시대와 전쟁의 참혹함도 이겨낸 노년세대가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이 시대에 노인자살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정신적인 공허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 현 노인복지정책의 개선점은?
이를 테면,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생활도 불편하고 경제적으로도 취약한 시골에서 벗어나 도시에서 살고 있는 자식들과 함께 살려고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훌륭한 시설을 자랑하는 지방의 요양원들이 입소율 10%도 채우지 못하는 것은 또 어떤 이유겠는가. 아는 이 하나 없는 도시의 아파트에서 ‘섬’처럼 유배되기 싫고, 아는 이 하나 없는 곳에서 혼잣말하기가 싫기 때문이다.

노인학대의 유형에서 ‘방치’와 ‘유기’가 급격히 늘고 있다. 다른 종류의 학대도 문제이지만, 이런 ‘존재적 고독감’은 더욱 큰 문제다. 그래서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운영방향을 무엇보다 ‘정신적인 구원’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가톨릭 신부로서 종교적 신념에 맞춰 운영할 것이며, 다른 직원들도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맞춰 어르신들의 정신적 황량함을 채우는 것에 역점을 두게 할 계획이다. 물론 물질적·신체적 고통을 제거하는 일이 선행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 기관운영과 관련, 구체적인 계획은.
우선 지부를 확충해야 한다. 현재 전국 19곳의 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서는 전국적인 노인학대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무리일 수 밖에 없다.

또한 현재 마련돼 있는 노인쉼터를 실질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각 기관에 노인쉼터가 마련돼 있지만 학대를 피해 실제로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거의 없다. 이 공간을 갈등이 있는 가족과 화합할 수 있고,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시설이 확충된다 해도 어르신들이 노인보호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어떤 상황이 학대에 해당되며, 학대를 당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이밖에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과 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들이 보다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중앙과 지역이 하나의 로드맵을 갖고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활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예정이다.

어르신들이 시설 한 곳에서 신체적·정신적·물질적 고통을 해소할 수 있도록 근복적인 도움을 드리고 싶다.

함문식 기자 moo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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