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의사가 없어 소아청소년과 입원진료 중단하는 종합병원 … 필수의료 대책 시급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의사가 없어 소아청소년과 입원진료 중단하는 종합병원 … 필수의료 대책 시급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12.19 09:49
  • 호수 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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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길병원 소아청소년과가 최근 의사인력 부족으로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하면서 ‘필수의료’ 인프라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산부인과와 함께 대표적 기피 진료과로 꼽히는 소아청소년과는 고질적 저수가 문제에 유례없는 저출산,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직격탄을 맞았다.

가천대길병원 소아청소년과에 따르면, 내년 2월 말까지 입원진료를 접기로 했다. 현재 재원 중인 환자들을 마지막으로 당분간은 입원환자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환자를 볼 의사가 없어서다. 손동우 과장은 공문을 통해 지역 내 협력의료기관에 “전공의 수급이 되지 않은 지 이미 수년이 흘러 이제 4년차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가면 저희에게는 2년차 전공의 한 명만 남게 돼 입원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외래에서 가능한 일반 검사나, 내시경·심초음파 등 특수 검사는 더 세밀하게 진행하겠다”며 “입원이 필요한 소아들은 다른 병원에 의뢰해 달라”고 당부했다.

길병원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다른 상급병원에서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미달 사태가 잇따르며 현장 진료 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전국 기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80%에서 2022년 27.5%로 계속해서 하락 중이다. 

더불어 내년 상반기(1∼6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 대비 지원자 비율은 16.6%에 그쳤다. 정원 199명 중 지원자는 33명뿐인 것이다. 특히 병원 65곳 중 54곳의 지원자는 0명으로, 길병원을 비롯해 세브란스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수도권 주요 상급종합병원의 지원자는 1명도 없었다.

전공의는 병원 현장에서 전문의와 함께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시술·처치·수술 등의 업무를 하는 핵심적인 자리다. 그러기에 전국적으로 미달 현상이 계속해서 발생하면 의료 붕괴로 이어지는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소아청소년과가 비인기과목으로 전락한 이유는 바로 초저출산으로 환자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신생아는 40만6000명이었던 것에 반해 지난해 26만1000명으로 36%나 감소했다. 앞으로 신생아 숫자는 더 감소할 예정이어서 젊은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 지원을 꺼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같은 저출산 가속화로 장래가 불투명하고 보상이 적다보니 지원자가 급감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인력난으로 인한 업무량 가중으로 이어져 지원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졌다.

문제는 의사인력 부족이 소아청소년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소아청소년과가 가장 심각하지만 흉부외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 진료과들도 전공의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피부과, 성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은 지원자가 몰리고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전공 분야는 전공의를 충원하지 못하는 현상은 정상이 아니다. 필수의료 붕괴가 더 심화되기 전에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최근 고위험 수술과 분만·소아 치료 등 필수의료에 대한 공공정책수가 도입, 인력 공급 확대, 지역 의료협진망 강화 등을 담은 필수의료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인력 공급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보이지 않는 데다 의료수가 개선도 부분적이어서 근본 대책으론 부족해 보인다. 

이에 수가 구조를 필수의료 중심으로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 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지역의사제 도입 등 구체적인 로드맵도 필요하다. 전면적인 의료개혁 없이 미봉책만으론 필수의료 위기와 지방의료 공백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은 의료법상 종합병원이 갖춰야 할 필수 진료과목이다.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과 전공의 지원자 수 미달은 필수의료 체계 붕괴를 뜻한다. 필수의료 붕괴 도미노를 막으려면 정부는 비인기 과목에 대한 수가 인상, 인센티브 제공 등 종합적인 대책을 통해 보상체계를 서둘러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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