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심해지는 ‘치질’… 감추지 말고 적극 치료해야
겨울에 심해지는 ‘치질’… 감추지 말고 적극 치료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12.26 13:47
  • 호수 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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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의 증상과 치료
치핵은 장시간 변기에 앉아 있거나 오랜 시간 앉아서 생활할 시 항문 쿠션이 항문 밖으로 돌출되는 것을 말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치핵은 장시간 변기에 앉아 있거나 오랜 시간 앉아서 생활할 시 항문 쿠션이 항문 밖으로 돌출되는 것을 말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치핵, 치질환자 중 70~80% 차지… 약물이나 좌욕으로도 증상 좋아져

변에 고름 묻어나오는 ‘치루’는 발견 즉시 수술치료 하는 게 바람직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치질은 겨울이 되면 환자들의 고통이 더욱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기온이 떨어지면 추위로 인해 항문의 피부와 근육의 모세혈관이 수축돼 혈전이 만들어지고, 혈액순환에 문제를 일으켜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치질 수술을 받는 환자는 겨울에 가장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7년 주요 수술 통계에 따르면, 겨울철 치질 수술 건수는 5만7000여건으로 한 해 수술 건수의 30% 가까이 차지했다. 

하지만 항문 통증으로 인한 질환을 앓고 있으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거나 치료받기를 부끄러워하는 등의 이유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항문질환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며, 무심코 넘겼다가 나중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치질의 증상

치질은 치핵, 치루, 치열 등의 항문질환을 통칭하는 말로, 이중 치핵은 치질환자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모두 항문에 생긴 질환이라는 점은 같지만,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에 자칫 질병을 오인하면 병을 키울 수 있다. 

치핵은 항문질환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으로 괄약근에 붙은 ‘항문 쿠션’(점막하 근육)이 항문 밖으로 부풀어 오르고 늘어지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우리 몸은 딱딱한 변이 항문관을 잘 통과하도록 항문 점막 아래 혈관조직으로 된 풍부한 쿠션을 마련해두고 있다. 그러나 장시간 변기에 앉아 있거나 너무 오랜 시간 앉아서 생활하다 보면 항문 쿠션이 항문 밖으로 돌출되면서 치핵이 발생될 수 있다. 

또한 유전적인 원인이 있거나 변비나 음주 등이 치핵을 악화시킨다. 여성의 경우 임신 및 출산 시 골반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치핵이 생기기도 한다. 

치핵의 가장 큰 증상은 항문에서 선홍색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휴지에 피가 묻어나오게 된다. 그러다가 배변 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심하면 물총을 쏘듯 많이 나오기도 한다. 치핵이 항문 밖으로 빠져나오면 염증이 발생되어 통증이 생길 수 있고, 항문에 가려움증도 나타난다.

치루는 항문샘에 균이나 변이 들어가 감염되어 곪게 되는 질환이다. 항문샘은 배변 시 윤활액이 나와 변이 잘 나오게 하는 기관이다. 항문 주위에 농양이 생기고, 고름이 나오면서 몸살 증세가 나타나거나 통증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한다. 

치열은 항문 조직이 상처를 입어 찢어지면서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단단한 변이나 잦은 설사 등으로 항문 조직이 상처를 입으면서 발생된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거나 과식했을 때, 혹은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해 체내 섬유질이 부족할 때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배변 시 날카롭고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며, 배변 후에 휴지로 닦을 때 휴지나 변에 피가 묻어나온다. 또한 배변 후에 심한 항문 경련이 지속되기도 한다. 

◇치질의 치료

치질 증상이 나타났을 때 환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수술이다. 일반적으로 치질은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하다가 병을 더 키우게 된다. 그러나 치질 증상에 따라 꼭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 

치질의 진단은 대개 직장수지검사(검사자가 항문에 손을 넣어 직장 부위를 확인하는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직장수지검사로 확인되지 않는 환자는 항문경 검사를 시행한다. 빈혈이 심하거나 40대 이상에서는 종양 또는 다른 장질환과의 감별을 위해 내시경을 진행하기도 한다.

치핵은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약물이나 좌욕을 이용한 보존적 치료로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초기 치핵 환자가 이 경우에 해당하는데, 이때 치료를 받지 못해서 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수술은 ▲보존적 요법으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 ▲출혈이 반복되거나 심한 경우 ▲가려움증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 ▲통증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 ▲피부 늘어짐으로 인해 불편하거나 제거를 원하는 경우 등에 시행된다. 

이땐 보통 돌출된 치핵 조직을 수술적으로 절제하거나 치핵 동맥의 결찰(지혈을 위해 혈관을 묶는 것) 등을 통해 치료한다.

치열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약물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다만, 만성 치열의 경우에는 보존적 치료로는 잘 낫지 않고, 증상이 일시적으로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곧 재발하게 된다. 따라서 오랫동안 증상이 있었고, 만성화되었거나,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통증이 있을 때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반면 치루는 치핵이나 치열과 다르게 약물치료가 되지 않고, 발견 즉시 수술 치료를 해야 한다. 염증이 생긴 항문샘에서부터 항문 밖의 터진 곳까지 절개하는 수술을 진행하는데, 괄약근이 쉽게 손상되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괄약근을 손상시키지 않는 괄약근 보존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송주명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치질과 항문암이 공통으로 보이는 가장 흔한 증상은 항문 출혈인데,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대장내시경 검사나 검진을 통해 치질 악화를 예방하고 조기에 암을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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