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1년을 돌아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1년을 돌아보다
  • 정재수 기자
  • 승인 2009.06.11 16:24
  • 호수 17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획] 홍보미흡·관련 시장 등 개선점 노출…복지부, 개선방안 연구 실시

오는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1주년을 맞는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는 시행초기 갖가지 난관에도 불구하고 연착륙했다는 자체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요양시설 인프라의 도농간 격차, 지방자치단체의 과중한 재정부담, 서비스기관의 도덕적 해이 등 개선점이 산적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도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의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행 1년을 맞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개선점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 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국민 절반 “몰라”

올 초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전국 19~70세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 절반이 넘는 53.1%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모른다”고 답했다.

특히 장기요양보험제도는 65세 미만이라도 뇌졸중,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조사 대상자의 72.4%는 ‘65세 이상 노인만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잘못 알고 있었다.

이는 국민 2명 중 1명이 아직 장기요양보험제도 자체를 모르고 있거나, 알고 있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응답자 대다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 서비스 대상과 종류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도 압도적으로 많았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국민 상당수가 장기요양보험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 확대, 발전을 기대하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인지도는 낮았다는 점에서 향후 제도발전을 위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구체적인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고 인정했다.

▲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지난해 8월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의 한 노인요양시설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
▶수혜대상 소수에 불과…까다로운 등급판정도 지적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전체 노인인구의 4% 내외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대상자라도 까다로운 등급판정 절차를 거쳐야 해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서비스를 받은 대상자는 21만4480명으로 65세 이상 노인 510만9644명의 4.19%에 그쳐 전 국민이 요양보험료를 내면서도 서비스를 받는 노인은 여전히 극소수에 불과했다.

또,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52개 항목에 걸친 사전조사를 통해 반드시 1~3등급을 받아야 하는 데다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1년마다 등급을 갱신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도 선결 과제로 남았다.

한 장기요양시설 관계자는 등급판정 유효기간에 대해 “1년마다 갱신하는 것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환자의 번거로움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재정 문제 등이 걸려 있어 서비스 확대 및 갱신조정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면서 “오는 2010년부터 대상자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노인장기요양시설도 전반적 개선 필요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서울시청을 비롯해 경기·강원·충북·전북·경북 등 요양기관 16개소를 방문, 현장조사한 보고서는 노인장기요양시설의 전반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시설 수 늘리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공급자 위주로 추진되고 있으며, 수혜 당사자인 노인을 위한 정책이 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요양시설 수만 적극적으로 늘리려고 하는 정책적 접근은 재고돼야 한다”며, “보험급여수가를 보다 세분화하고 차등화해 입소를 원하는 노인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질환의 종류와 병증에 따라 차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다양한 요양시설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히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또 지방자치단체의 과중한 재정부담을 고려, “현행과 같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지나치게 재정적인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약화될 수 있는 만큼 국가가 기초수급자 등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에 있어서는 전국적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장기요양기관들이 본인부담금 면제 등을 미끼로 서비스 대상자를 유인, 입소시키고 보험금을 부풀려 지급 받는 등 불법·편법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강력한 제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중장기적으로 요양시설과 함께 재가서비스기관 강화, 시설 운영과 관련된 세부지침 마련 등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노인관련 시장 여전히 블루오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기 전부터 노인복지용구 등 고령친화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었다. 특히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서비스 대상자에게 필요한 노인복지용구를 판매 또는 대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복지용구의 수입·제조·판매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이들 업체는 울상이다. 턱없이 낮은 복지용구 구매한도액과 고령친화산업 시장의 영세성 등으로 인해 기대를 충족할 만한 사업성이 발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노인복지용구 판매업체 관계자는 “장기요양보험제도에만 의존할 경우 적자를 면할 수 없다”면서 “적자를 메우기 위해 급여품목이 아닌 복지용구 판매에 더욱 치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국내 고령친화산업 시장규모가 워낙 작다보니 국내 업체들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연구개발에 매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 4월 고령친화산업 정책 전반을 주관하던 복지부 내 '고령친화산업과'를 폐지하면서 블루오션이 이미 레드오션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 요양보호사들이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 집을 방문, 목욕을 시키고 있다.
▶노인복지와 요양보호사, 장기요양센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되면서 '요양보호사'라는 새로운 국가자격증도 도입됐다.

일정 시간 교육을 이수한 후 자격증을 취득,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으로 대상 노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시간당 급여를 받는다.

하지만, 시행 초기 지나치게 양적 공급에 치우친 나머지 현재 요양보호사는 40만명에 달하고 있다. 문제는 수요가 이들 40만명의 공급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

5월 31일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판정을 받은 노인은 32만6108명으로 요양보호사가 대상자들보다 훨씬 많다. 게다가 서비스 대상자인 1~3등급 노인은 25만9456명에 그쳐 요양보호사 절반 가량이 대기상태다.

이로 인해 요양보호사를 파견하는 장기요양센터가 시간 당 급여를 줄이는가 하면, 대상 어르신들을 붙잡기 위해 본인부담금을 대신 납부해주는 등 각종 편법?불법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또한 요양보호사 교육기관 개설도 신고제에서 지정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성범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4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노인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진 40만명 중 실제 취업인력은 11만명에 불과하다”며 자격증 남발 실태를 꼬집었다.

신 의원은 “일정 기준만 갖추면 누구나 교육기관을 세울 수 있는 현행 제도에 문제가 있다”며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교육기관이 우후죽순 생겨 현재 무려 1700개의 기관이 운영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은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서 취업하지 못하는 것은 인력의 낭비”라며 “앞으로 노인요양보호사 교육기관 설립을 신고제에서 지정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복지부, 1년 시행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

보건복지가족부도 시행 1년을 앞두고 지난 3월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1년의 현황과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현재 복지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를 연구기관으로 선정하고 오는 9월 중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장기요양보험의 향후 수요를 예측, 관련 재정을 안정적으로 지속시키면서 제도 확대를 꾀할 수 있는 방안을 설계한다는 계획이다. 또 관련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연계하는 방안도 이번 연구에서 구체적으로 모색된다.

이와 함께 서비스 질 평가와 관리를 위한 기반 구축, 제도 시행 과정에서 수많은 잡음을 낳은 요양보호사 인력의 양성과 활용상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검토된다.

복지부 요양보험제도과 관계자는 “9월에 나올 연구용역보고서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할 문제지만, 장기요양보험법 개정이 가능한 부분에는 연구결과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수 기자 jjs@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