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역서울284, 뉴트로 페스티벌 ‘오늘전통’
문화역서울284, 뉴트로 페스티벌 ‘오늘전통’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2.06 14:16
  • 호수 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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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 대신 격조 있게 시조 읊는 ‘화가투’ 한판 어때요”
이번 전시에서는 문체부와 공진원이 지난 3년간 진행한 전통문화 진흥 사업 결과물을 소개한다. 사진은 전시를 둘러보는 관람객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번 전시에서는 문체부와 공진원이 지난 3년간 진행한 전통문화 진흥 사업 결과물을 소개한다. 사진은 전시를 둘러보는 관람객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문체부·공진원 주최… 3년간 진행한 전통문화 진흥 사업 결과물 소개

조선판 부루마블 ‘남승도’를 현대화 한 게임, 전통놀이 등 체험 가능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주사위를 굴려 보드판 위 세계를 돌며 진행하는 땅따먹기 게임인 ‘부르마블’은 1982년 등장한 이후 보드게임의 대명사로 자리잡으며 현재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이전인 조선시대부터 ‘남승도’라는 비슷한 형식의 보드게임이 존재했다. 남승도는 ‘명승지를 유람하는 도표’라는 뜻으로 주사위를 던져 나온 끗수에 따라 명승지를 유람하는 놀이이다. 그리고 지난 1월 31일 문화역서울284에서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남승도’가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현대적 옷을 입은 전통 보드게임은 많은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처럼 우리 전통문화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시도를 선보이는 축제가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2월 26일까지 개최하는 ‘2023 뉴트로 페스티벌 오늘전통’에서는 최근 3년 동안 추진한 전통문화 진흥 사업의 결과물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중앙홀의 주제관 ‘오래오래’를 시작으로 3등 대합실의 ‘건강하게’, 1‧2등 대합실 및 부인대합실·귀빈실·귀빈예빈실의 ‘아름답게’, 그릴의 ‘쓸모있게’, 구 회의실의 ‘생동하게’, 세미나실의 ‘행복하게’ 등 5개 공간으로 구성된다. 또 2층에는 미니 소반·한지모빌 만들기, 컬러링북 및 전통놀이 등 관람객 체험 공간도 마련돼 있다.

입구 계수나무 토끼 조형물 눈길

행사의 시작점인 중앙홀에서는 2023년 토끼해를 맞이해 ‘달과 계수나무, 토끼’라는 전통 이야기 소재를 형상화한 문소현 작가의 조형물을 설치했다. 달의 자전과 공전 주기로 인해 지구인들은 평생 달의 앞면만 볼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착안한 문 작가의 ‘달의 41%’는 미디어아트와 조경, 사운드, 조형물 등으로 구성된 설치 작품으로 전체의 41%에 해당하는 달의 뒷면에 녹음이 우거져 있고 그곳 옹달샘에 물을 마시러 오는 토끼가 살고 있다는 작가의 즐거운 상상을 표현했다.

이어지는 ‘건강하게’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으로 주목받는 한국 전통놀이 중 공기놀이, 실뜨기, 제기차기 등 9가지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출품된 전통놀이들은 형형색색으로 재해석해 즐기는 재미를 높였다. 이중 눈길을 끄는 건 ‘화가투’이다. 

화가투는 ‘꽃과 같은 노래(시조)로 다툰다’는 뜻으로, 시조가 적힌 카드를 이용하여 누가 더 많은 시조를 외우고 있는가를 겨루는 놀이다. 가로 5~6cm, 세로 7~8cm의 두꺼운 종이에 시조를 적은 카드 200장이 놀이패 한 묶음이다. 그 중 100장(읽는 패)에는 시조의 처음·중간·끝 구절을 모두 적었고, 나머지 100장(깔 패 또는 바닥 패)에는 끝 구절만 적었다. 깔 패 100장을 바닥에 흩어서 엎어놓고 놀이를 이끄는 사람이 읽는 패에 쓰인 시조의 첫 구절부터 읽으면 나머지가 깔 패에서 그 시조의 마지막 구절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시장에서는 고전적인 화가투 형식의 ‘시조형’과 이를 응용해 24절기와 세시풍속을 익힐 수 있도록 개발한 ‘절기형’을 소개해 기존 전통놀이와 다른 재미를 느끼도록 했다.

한지‧한복 아름다움 소개 공간도

이어지는 ‘아름답게’에서는 닥나무를 수확해 고유의 기법으로 가공한 부드러우면서도 질긴 한지 관련 패션, 창호, 조명, 병풍 등 소품 등을 만날 수 있다. 

한지는 은은하게 빛을 반사하고 투과시키는 고유한 미감으로 인해 각종 생활용품의 소재로 널리 사용돼 왔다. 게다가 쉽게 찢어지지 않고 변색과 변형에 강한 장점으로 문화재 복원 작업에 활용되기도 한다. 1·2등 대합실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수백 종의 한지 원지를, 부인대합실에는 한지를 재료로 완성한 아름다운 한지 상품을 선보인다. 

미니어처 모형으로 나만의 한식 도시락을 만들어 보거나 전통 보자기 매듭을 배우는 체험도 할 수 있다. 한식 챔피언십을 통해 나만의 한식 취향과 조리법을 알아볼 수도 있다. 소반과 미니어처 한식 모형이 서랍에 담긴 ‘하루잔치’는 5첩 반상과 3첩 반상을 차릴 수 있는 콘텐츠로 구성했다. 다채로운 식재료와 양념, 조리법으로 완성하는 한식에 대해 배워볼 수 있다. 

귀빈실에서는 개항기 이후 시대별 전통 한복을 재현한 6종의 한복과 이를 현대적으로 변형한 한복 근무복 4종을 소개한다. 저고리 위에 덧입는 민소매 조끼를 일컫는 ‘배자’를 입어 볼 수 있는 체험공간도 마련돼 있다. 

‘생동하게’에서는 나전칠기, 조선 왕실 보자기, 한글을 주제로 한 고주원 작가의 미디어아트 ‘신색창연’을 상영한다. ‘신색창연’이란 ‘우리의 전통문화가 옛것에 머무르지 않고 동시대적 색깔을 입혀 찬란하게 표현한다’는 의미로 만개한 매화 위로 자유롭게 날갯짓하는 새와 나비의 풍경을 자개로 화려하게 구현하면서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한 조선 왕실 보자기의 포장 미학 등을 담고 있다.

또 ‘행복하게’ 공간에서는 전통 주사위인 주령구를 던져서 나오는 숫자에 따라 올해의 운세 카드를 뽑아볼 수 있고, 옆에서는 새해 다짐을 카드에 직접 적을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 공간인 ‘쓸모 있게’에서는 전통과 현대의 창조적인 융합을 모색하는 청년들의 다양한 문화상품을 소개한다. 전통 문양과 소재, 기법을 적용한 생활용품과 의상, 가구 중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다면 구입도 가능하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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