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어증’의 증상과 치료 방법, 뇌졸중 후 찾아오는 치매와 혼동하기 쉬워
‘실어증’의 증상과 치료 방법, 뇌졸중 후 찾아오는 치매와 혼동하기 쉬워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2.13 14:29
  • 호수 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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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게티이미지뱅크
그림=게티이미지뱅크

뇌 영역 손상돼 발생하는 질환… 말로 의사소통하는 능력 잃어버려

일찍 치료할수록 예후 좋아… 언어치료, 뇌자극·약물 등 치료 진행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하루아침에 말하는 기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실어증’ 환자다. 실어증은 언어를 이해·표현·조절할 수 있는 뇌의 능력을 부분적 또는 전부 상실한 것을 말한다. 언어를 구사하지 못한다는 것은 곧 사회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런데 왜 갑자기 말을 못하게 된 것일까. 

실어증의 대부분은 뇌졸중 후유증으로 나타나는데, 뇌졸중 치료를 받고 회복된 환자의 25~40%에서 나타날 정도로 매우 흔하다. 

이처럼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졸중은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여러 가지 후유증을 남겨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뇌에 혈류 공급이 중단되면 우리가 움직이고 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세포들이 빠른 시간 안에 손상되기 때문이다.

유승돈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언어장애는 뇌졸중 후 발생하는 대표적인 후유증 중 하나다. 특히 언어를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손상되면 말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기능이 떨어져 실어증이 나타날 수 있다”며 “발음장애처럼 구강구조에 문제가 있거나 치매와 같은 인지장애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실어증의 원인과 증상

실어증은 크게 ‘베르니케 실어증’과 ‘브로카 실어증’으로 나뉜다. 베르니케 영역은 좌측 측두엽에 존재하며, 언어의 이미를 이해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만일 이 부분이 손상되면 말은 유창하게 하지만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단어를 나열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남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반면, 브로카 영역은 좌측 전두엽에 있는데,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제대로 말을 하거나 쓰는 데 문제가 생긴다. 즉, 베르니케 실어증과 달리 남의 말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말수가 적어진다고 보면 된다.

이외에도 뇌종양, 치매, 낙상, 교통사고와 같은 외상으로도 실어증이 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뇌에 종양이 생겼을 때 종양을 제거하면 주변부 언어중추가 눌려 손상되거나 해당 부분이 제거돼 실어증이 생긴다.

그러나 간혹 고령층의 경우 뇌졸중 후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을 보이면 가족들은 치매가 아닌지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실어증은 뇌졸중 후 발생하는 혈관성치매나 우울증, 알츠하이머병과 엄연히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유승돈 교수는 “실어증은 기억력에는 문제가 없으나 말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상태라고 보면 된다”며 “영화로 치면 영상은 돌아가지만 자막이나 음성파일은 깨져 그 내용을 알 수 없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실어증의 진단

이처럼 실어증은 치매와 우울증, 무감동(정서적인 반응을 하지 않는 상태) 등과 혼동될 수 있어 정확한 감별이 필요하다. 치매의 경우, 초기엔 언어기능만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고, 문법적인 오류가 있을 때 실어증으로 혼동하곤 한다. 

외상성 뇌 손상에서도 우울감, 무감동, 의욕 저하 등이 발생하는데 특히 전두엽에 생긴 외상의 경우에 흔하다. 사용하는 단어는 정상적이지만 상대방의 질문에 반응이 없거나 매우 적어 실어증으로 오해할 수 있다. 

이럴 땐 한국판 실어증 평가도구(한국판 웨스턴 실어증 검사), 보스턴 이름 대기 검사(K-BNT) 등의 언어평가와 치매를 감별하기 위한 인지기능 검사가 필요하다. 뇌 CT나 MRI 검사도 진행하는 것이 좋다.

◇실어증 치료

실어증은 완치가 어렵긴 해도 꾸준히 재활치료를 한다면 대화가 가능할 정도까지 회복할 수 있다. 보통 실어증은 뇌가소성이 활발히 나타난 후 3~6개월에 가장 많이 회복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언어장애는 6개월 이후에도 회복이 일어나기 때문에 무엇보다 지속적인 재활치료가 중요하다.

재활치료는 크게 언어치료, 뇌 자극치료, 약물치료 등으로 나뉜다. 언어를 담당하는 영역의 주변부나 반대쪽 뇌를 자극해 기능을 살리는 것으로, 도로가 파손되면 다른 도로를 개척해야 하는 것과 원리가 같다. 

최근에는 자기장을 반복적으로 자극하는 ‘경두개자기자극’과 ‘직류전기자극’이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시행되고 있다. 유 교수는 “경두개자기자극은 전자기코일로 발생시킨 자기장을 이용해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 신경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비수술적 뇌자극법으로 자기장의 자극빈도를 조절해 대뇌피질의 활성도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뇌인지 재활의학과 영상기법이 발전하면서 언어치료, 약물치료, 뇌자극치료를 통합적으로 실시하기도 한다. 또한 실어증이 심한 환자는 손상되지 않은 우측 뇌의 음악정보 처리기능을 이용하는 멜로디 억양치료를 실시해 발성, 대화기술, 읽기능력을 향상시킨다.

그는 “충분히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치료되려면 뇌졸중 후 초기 3개월간 집중적으로 재활치료를 실시해야 한다”며 “특히 치료횟수와 치료시간에 따라 효과여부가 결정되므로 환자도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재활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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