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 3세 경영승계 본격화?…사업성과 부진은 여전히 '아킬레스건'
유진그룹 3세 경영승계 본격화?…사업성과 부진은 여전히 '아킬레스건'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3.02.28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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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훈 신임 사장, 임원 활동 이후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 없어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사진=유진그룹)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사진=유진그룹)

[백세경제=김태일 기자] 유진그룹이 3세 경영승계를 본격화했다. 유진그룹은 28일 유석훈 부사장을 그룹경영혁신부문 사장으로 승진 발령하는 등의 그룹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부사장 오른 지 1년 만의 고속 승진이다. 재계는 초고속 승진, 직책변화 등을 비춰봤을 때 유 신임 사장이 올해부턴 그룹 전반의 경영을 챙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부친 유경선 회장이 아직 건재한 데다 부진한 사업성과는 여전히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유진그룹은 2021년에도 주요 계열사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유진기업 재경본부 상무였던 유 사장은 전무 직급을 뛰어넘어 부사장에 올랐다. 기업 임원인사에서 2개 직급을 건너 뛰어 승진하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드믄 사례로 꼽힌다. 

유 사장은 일찌감치 향후 그룹을 이끌 인물로 거론돼 왔다. 당시 부사장으로의 고속 승진도 유재필 명예회장과 유 회장에 이은 3세 경영 기반을 조기에 확립하려는 그룹 차원의 행보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유 사장은 그룹 계열사인 유진자산운용과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인 에이티커니에서 근무했고, 2014년 유진기업에 부장으로 입사했으며, 2015년 이사로 선임돼 경영지원실을 담당하며 거침없는 3대 경영 행보를 밟았다.  

재계의 관심사는 그동안 공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던 유 사장이 언제쯤 경영 전반에 나설 것인지 여부다. 사장 승진으로 그룹 내 입지가 한층 강화된 만큼, 머지않아 모습을 나타내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유 신임 사장의 유진기업 지분은 3.06%다. 부친 유 회장은 11.54%, 유 명예회장이 2.48%, 큰 삼촌인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은 6.85%, 작은 삼촌인 유순태 유진그룹 부사장이 4.38%를 각각 보유 중이다.

다만 유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엔 이른 나이(66세)라는 점에서 3세 경영의 시점을 예단하긴 힘들다. 또한 유 사장이 임원으로 활동한 이후 아직까지 뚜렷한 사업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점도 그의 발목을 잡는다. 

특히 유 사장의 사업성과를 거론할 때 유진에너팜이 빠지지 않는다. 2014년 10월 설립된 유진에너팜은 유진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위해 설립한 회사다. 출범 당시 유 사장은 3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유진에너팜의 높은 내부거래가 구설수에 올랐다. 2017년 매출 약 80%가 나눔로또 ESS컨설팅 용역, 유진초저온 전기공사 등을 통해 발생했을 정도로 내부거래율이 높았다. 2018년 내부거래 비율은 99.5%, 2020년에는 97.5%에 달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유 사장이 지분 21.14%를 지닌 계열사 남부산업 역시 다년간 적자누적으로 이미 2020년 자본잠식에 들어갔다. 결손누적 규모가 지난해 말 47억원에 달할 정도로 악화됐다.

기대를 모았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실패도 뼈아프다. 2020년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본입찰에서 현대중공업과 유진기업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당시 인수전을 주도하는 두 회사 오너 3세에게 이목이 쏠렸다. 현대중공업에선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이, 유진기업에선 유 사장이 각각 핵심 역할을 맡았다.

결국 이 대결은 현대중공업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미 현대중공업이 유력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유진기업도 사업다각화와 글로벌시장 진출 등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번 인수전에 사활을 걸었던 만큼 유 사장의 아쉬움은 컸다. 

거듭된 부진에도 유 사장을 향한 유진그룹의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유진기업을 모회사로 둔 나눔로또가 자본금 50억원 규모의 벤처캐피탈 ‘스프링벤처스’를 설립해 스타트업 투자·육성에 나섰다. 

스프링벤처스 설립은 지주사인 유진기업이 나눔로또 유상증자에 참여해 80억원을 지원했을 정도로 그룹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잇따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유 사장의 강한 의지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벤처 투자사업을 확대함으로써 그동안의 부진에서 탈피, 가시적인 사업 성과를 달성하겠다는 유 사장의 발빠른 행보로 풀이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 사장의 경우 부친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어 경영승계 완료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 사장이 그룹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에 전념하고 있는 만큼 이로 인한 사업성과의 증명이 경영승계의 키포인트”라고 말했다. 

유 사장의 이번 승진으로 그동안 정체됐던 유진그룹의 3세 경영 승계 작업이 급물살을 탈지, 악재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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