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의 과제 / 최성재
[백세시대 금요칼럼]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의 과제 / 최성재
  •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3.03.13 11:36
  • 호수 8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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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지하철 운영은 공익 서비스이고,

적자 원인은 인건비·전력비이지

노인 무임승차가 아니다

다만, 유료승객 감소와 관련

점진적 연령기준 조정은 필요

노인 무임승차와 지하철 운영적자 논란이 시작된 지도 20년이 훨씬 넘었다. 노인 무임승차는 제5공화국이 출범한 1980년 정부가 70세 이상 노인들(당시 약 80만5000명)에게 경로우대증을 발급하면서 공공시설 이용료 50% 할인 혜택을 준 데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이 50% 할인율은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에 이어 1982년 노인복지법 시행령이 제정되면서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하철 이용요금 50% 할인으로 법제화됐다. 이후 1984년에 ‘노인복지를 증진하고 국민으로 하여금 노인을 존경하는 기풍을 조성하기 위해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지하철도 및 그 구간 안에 있는 국유 전기철도의 운임할인율을 50%에서 100%로 높이기 위해 노인복지법 시행령을 개정함으로써 65세 이상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가 실제로 시작됐다.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제도의 논란은 1995년도부터 시작돼 여러 번 빚어져 왔다. 65세 이상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은 크게 (1)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의 정확한 규명 문제와 (2)무임승차 노인 연령 조정 문제이다. 

우선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지하철 운영손실의 문제이다. 지하철공사 측에서는 노인 무임승차가 지하철 운영손실의 주된 원인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 무임승차가 운영손실의 원인인지 아니면 운임손실의 원인인지 불분명했다.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은 지하철 운영손실이 아니라 정확히 말해서 운임손실이다. 사실 지하철 운영적자의 주된 원인은 인건비와 전력비라 할 수 있다.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운임손실은 승차한 노인에 대해 받지 못한 운임을 말한다. 

국토교통부의 지하철 운영 관련 용역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교통학회가 지난 2월 16일에 국토교통부에 보고한 중간보고에 의하면, 지하철 운영적자의 주요 원인은 무임승차가 아니다. 지하철 운행은 공익 서비스(시민의 일상생활에 필요불가결한 것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규제하거나 소유·경영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사람이 타든 안타든 열차를 운행해야 하므로 무임승차가 있더라도 실질적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노인이 한 명도 지하철을 타지 않는다면 지하철 운영손실은 크게 줄어드는가? 노인 한 명이 무임승차함으로써 실제로 어느 정도의 운영손실을 가져오는지? 그동안 지하철 무임승차 수송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운송 횟수 및 열차편성 수는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노인 무임승차가 운영손실의 원인이 아님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교통시설로서 지하철은 승객이 적정 수준을 넘어 증가하면 열차하중 증가로 인한 선로의 마모, 차량의 마모, 승하차 기계시설의 마모, 청소업무 및 기타 서비스 증가 등으로 인한 손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증가하는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운영손실이 전혀 없다고는 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운영손실은 얼마인지를 정확히 계산하여 제시해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또한 운임손실에서도 지하철 운영의 예상 운임수입이 나오려면 예상 유료승객이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가 정확히 계산돼야 운임손실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가 운영비를 얼마나 지원할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둘째, 무임승차 노인 연령조정 문제이다. 지하철이 공익 서비스를 위한 교통시설이라 할지라도 지하철 운영의 가장 큰 수입원은 역시 승객으로부터 받는 운임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세계 최고 속도의 고령화로 비노인층은 줄어들고 노인층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하철 이용 승객 중에서 비노인층 즉 유료승객은 줄어들고 무임승객은 빠르게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서울시의 경우, 무임승차가 처음 시행된 1984년만 해도 65세 이상 노인은 약 26만명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6배 이상 증가한 약 166만명에 이르렀다. 오는 2030년이면 약 219만 명, 2040년에는 약 27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65세 이상의 무임승차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 분명하다.   

도시철도공사 당국은 현재 및 향후의 적정 예상 유료승객 수를 예측하고 노인 무임승차의 연령기준을 조정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복지 서비스의 일환으로 제공되어 오던 65세 이상 무임승차 연령을 갑자기 70세 이상으로 올리는 대책은 여러 가지로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연차적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관련해 공익 서비스로서 지하철 운영적자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또는 국가가 보조금을 어느 일방이 부담할 것인지 아니면 양자가 일정 비율로 분담할 것인지도 사회적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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