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똥볼 찬 대한축구협회와 ‘엠넷’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똥볼 찬 대한축구협회와 ‘엠넷’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4.10 10:25
  • 호수 8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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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 

몇 해 전 유명 비디오게임기 광고문구로 사용된 말이다. 고가의 물건을 살 때 배우자에게 허락을 구하기보다 질러놓고 용서를 구하는 게 더 쉽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 광고문구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얻고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달리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만큼 마음이 너그럽고 용서를 잘해준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가해자가 진실된 참회를 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았더라도 용서해줘선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최근 화제를 모은 드라마 ‘더 글로리’ 속 학폭 가해자 무리가 그렇다. 또 법원에 줄기차게 반성문을 써서 보내지만 정작 피해자 구제는 나 몰라라 하는 범죄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 참회를 하더라도 용서해선 안 되는 것도 있다. 개인의 이득을 위해 한 나라, 한 산업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힌 경우가 그렇다. 최근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넘긴 일당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막대한 손해를 입힌 가해자들은 용서는 꿈도 꾸지 말고 평생 조용히 속죄하며 사는 것이 도리다. 

그런데 최근 축구계와 방송가에서 절대 용서해선 안 될 범죄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시도를 강행해 대중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선사했다. 대한축구협회는 3월 28일 열린 2차 이사회에서 승부조작으로 영구제명된 48인을 포함한 100인의 사면을 강행했다. 

당연히 대중들은 즉각 반발했다. 2011년 발생한 K리그 승부조작 사건은 한국프로축구의 근간을 흔든 심각한 사건으로 그 여파는 아직까지 현재 진행 중이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K리그에 등을 돌렸고 이후 관중 감소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카타르월드컵에서의 선전으로 다시 축구 붐을 기대케하는 순간에 축협이 찬 ‘똥볼’은 대중들의 분노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결국 사면은 없던 일로 됐고 회장을 제외한 이사진 전원이 사퇴하며 체면을 구겼다. 

축협 사퇴 얼마 후 ‘Mnet’(엠넷)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최종 순위를 조작해 자사에 심각한 피해를 안긴 안 모 PD를 경력직으로 재입사 시킨 사실이 밝혀지며 대중들을 또다시 아연실색케 했다. 이를 본 많은 사람들이 “조직을 대표해 감옥에 다녀온 조직원을 간부로 영전시켜주는 조폭들의 행태를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Mnet은 거취를 논의 중이라는 애매한 사과를 했지만 대중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이 된다는 속담이 있다. 달리 생각하면 소 도둑은 더 큰 도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건강한 사회와 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때로는 영원히 미워할 용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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