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인생 개척한 시니어들...안창수 화백, 은퇴 20년만에 근무하던 은행서 동양화 전시회
제 2의 인생 개척한 시니어들...안창수 화백, 은퇴 20년만에 근무하던 은행서 동양화 전시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4.10 10:50
  • 호수 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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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수 화백 등은 은퇴 이후 직업을 바꿔 성공적인 제2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새로운 노인상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은 자신이 은퇴한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전시회를 열고 임직원들에게 작품을 설명하는 안창수 화백(오른쪽 두 번째)의 모습.
안창수 화백 등은 은퇴 이후 직업을 바꿔 성공적인 제2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새로운 노인상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은 자신이 은퇴한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전시회를 열고 임직원들에게 작품을 설명하는 안창수 화백(오른쪽 두 번째)의 모습.

안창수 화백, 은퇴 후 미술 배워 한중일서 촉망받는 동양화가로 변신 

제주 유튜버 홍성은 씨는 공무원 출신… 80대 모델 최순화 씨도 인생역전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 1977년 당시 30대 청년 안창수 씨는 한국수출입은행에 입사한다. 이후 그는 2003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금융인으로서 남부럽지 않은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지난 3월 22일 반백이 된 안 씨는 수출입은행으로 깜짝 컴백한다. 금융인이 아닌 화백으로서 말이다. 안 화백은 “26년간 몸담았던 친정 은행에서 전시회를 개최하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밝혔다.

은퇴 후 직업을 바꿔 이전보다 화려한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노인은 안 된다”는 편견을 깨고 새로운 노인상을 제시하며 큰 박수 갈채를 받고 있다.

설파 안창수 화백이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건 30년간 다닌 은행에서 정년퇴직한 뒤 서울 생활을 접고 귀향하면서부터다. 2004년 고향인 경남 양산으로 돌아온 안 화백은 불교와 유교경전을 읽으며 무료한 일과를 보냈다. 그러던 중 서예를 배워보라는 친구의 권유로 붓을 잡았다. 6개월간 경전을 베껴 쓰며 붓에 익숙해질 때쯤 우연히 부산에서 열린 ‘닭 그림전’을 접한다. 본인이 닭띠이기도 해서 ‘나도 한 번 그려보자’는 마음으로 재미삼아 그려봤는데 주변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를 계기로 2005년 그의 나이 만 60세에 중국 유학길에 오른다. 그림 공부 6개월 만에 중국 호모배 전국서화대전에서 닭그림으로 입선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임백년배 전국서화대전 1등상과 중화배 전국서화예술대전 금상을 수상했다. 단숨에 중국 화단에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받은 것이다. 이로 인해 반년으로 계획했던 유학은 2년으로 늘어났다. 이 과정을 통해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의 동양화 기법을 섭렵한 그는 자신만 독창적인 동양화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서울, 부산 등에서 20차례 이상 개인전을 열고 일본전국수묵화수작전 외무대신상, 국제중국서화전 문화공로상, 한국을 빛낸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안 화백은 “은퇴 후 삶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정리가 되면 최선을 다해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도전은 나이와 관계없다”고 말했다.

교육행정공무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홍성은 씨(68)는 요즘 각광받는 직업인 유튜버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제주시니어클럽 ‘제주사랑마씸’ 채널과 개인 채널 ‘오름올레?’를 운영하고 있다. 홍 씨는 퇴직 후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진행한 영상 편집 연수에 참여하며 영상 편집의 매력에 눈을 떴고 이후 ‘오름올레?’ 채널을 개설해 제주를 알리는 콘텐츠 제작자로 변신한다. 또 때마침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했던 제주시니어클럽과 인연이 닿으면서 ‘제주사랑마씸’ 채널 운영도 겸하게 된다. 그는 영상 편집 능력을 살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진행한 제3기 청춘단 사업에도 참여, 노인일자리 사업 현장 사례를 홍보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특히 버려지는 해녀복을 활용한 열쇠고리 제작 영상은 청춘단 내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홍 씨는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나이가 들어도 시니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느꼈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여성 시니어 모델 최순화씨 	사진=연합뉴스
여성 시니어 모델 최순화씨 사진=연합뉴스

‘여성 시니어 모델’ 최순화 어르신(80)도 역시 가정주부, 간병인을 거쳐 늦은 나이에 모델로서 우뚝 섰다.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던 남성 시니어 모델 김칠두 씨와 함께 시니어 모델로는 최초로 ‘2018 가을·겨울(F/W) 헤라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20~30대 모델 위주인 무대에 70대 나이에 무대에 오른 건 그가 유일하다. 

최 어르신은 학창시절 모델의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끝내 실현하지 못하고 병원에서 간호 보조 일을 배워 근무하다 40년을 가정주부로 살아왔다. 60대 후반 지인에게 돈을 빌려줬다 큰 빚이 생기고 나서부터다. 빚을 갚고자 6년 넘게 간병인 생활을 이어갔지만 뾰족한 탈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본 TV 프로그램에서 운명처럼 시니어 모델을 접했다. 

72세라는 늦은 나이에 용기를 내 모델 학원에 등록했지만 초창기에는 순조롭지 못했다. 학원 분위기가 낯설고 학생들과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고 인생 절반 이상을 주부로 살아서인지 모델 지망생 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살갑게 먼저 다른 지망생들에 다가가면서 서서히 적응해나갔고 모델로서 숨겨진 역량도 서서히 빛을 발했다. 패션 잡지를 찾아보고, 패션쇼에 참석해 다양한 스타일을 눈으로 익혔고, 리듬을 온몸으로 느껴보기 위해 난타를 배우는 등 각고의 노력을 통해 웨이브 진 백발 등 그녀만의 개성을 완성했다. 뿐만 아니라 철저하게 자기 관리도 진행했다. 매일 먹던 빵을 입에 대지 않고 사과와 당근, 삶은 달걀, 고구마로 식사를 해결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유명 브랜드 모델로 발탁되는 등 최고의 시니어 모델로 우뚝 섰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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