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 간호인력이 간병도 맡아 높은 만족도… 중증환자 외면은 아쉬워
[창간 기획] 간호인력이 간병도 맡아 높은 만족도… 중증환자 외면은 아쉬워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4.10 10:58
  • 호수 8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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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시행 10년차 맞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환자 보호자나 개인 고용 간병인 대신 병원의 전문 간호 인력이 24시간 환자를 돌보는 시스템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일상 활동 보조와 기본 위생 서비스를 제공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사진은 간호·간병통합병동에 입원한 환자를 돌보고 있는 간호사들의 모습. 	사진=순천향대천안병원
환자 보호자나 개인 고용 간병인 대신 병원의 전문 간호 인력이 24시간 환자를 돌보는 시스템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일상 활동 보조와 기본 위생 서비스를 제공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사진은 간호·간병통합병동에 입원한 환자를 돌보고 있는 간호사들의 모습. 사진=순천향대천안병원

하루 1만원 내외로 간병 서비스 이용… 용변처리·식사 등 서비스 제공

경증환자만 골라 받아 제도 취지 무색… 중증도 따라 수가 차등화 해야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가족 중 한 사람이 병원에 입원하면 온 집안에 비상이 걸린다. 게다가 수술이라도 받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환자 곁에서 손과 발이 되어야 한다. 키 낮은 보호자용 침대에 몸을 의탁해 새우잠으로 밤을 지새우는 건 다반사이다. 

그러다 간병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가족들이 많다. 장기간 간병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우울감,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실감되는 대목이다.

식구 모두 직장에 다니거나 혼자 멀리 떨어져 사는 1인 가구라면 간병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개인이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하루 평균 10만원 이상을 지출해야 하니 비용 부담도 만만찮다. 

이처럼 가족이 오랜 시간 병상에 누워 있으면 ‘메디컬푸어’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간병 파산’은 현실적인 문제이며, 간병비를 보장하는 민간보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정부는 개인의 간병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2013년 ‘포괄간호서비스’로 시범사업을 시작해 2016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로 명칭을 변경, 올해로 시행 10년 차를 맞았다. 이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지나온 길과 보완점에 대해 소개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란?

환자 보호자나 개인 고용 간병인 대신 병원의 전문 간호 인력이 24시간 환자를 돌보는 시스템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일상 활동 보조와 기본 위생 서비스를 제공한다. 

즉, 사적 간병인 또는 보호자가 환자를 돌보지 않고도 간호사가 입원 병상의 전문 간호서비스를 24시간 전담하고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와 함께 보조역할을 수행해 환자의 입원 생활을 편안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2022년 11월 말 기준) 635개 병원에서 6만9753병상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 병동에 입원하고 간병인을 고용하면 하루 10만원 이상 간병비를 지불해야 하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용할 시 하루 약 1만원 내외만 납부하면 간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암과 같은 중증환자의 경우 건강보험이 추가 적용돼 일반 환자에 비해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장점은 전문 간호 서비스를 받으면서 의료비 부담이 낮아져 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또한 병동에 상주하던 가족이나 사설 간병인이 사라짐으로써 외부 음식 반입이나 방문이 없어 환자의 감염요인이 감소됐다. 

실제로 지난 202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한 이용자 모니터링에 따르면, ‘보호자 상주 부담 감소’ 다음으로 ‘간호 인력의 전문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보호자와 방문객이 엄격히 관리되는 간호·간병통합병동은 감염병 위험에도 안전하다는 평가다. 

더불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 인력이 일반 병동보다 2배나 많아져 서비스 질이 향상됐다. 일반 병동의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는 10~12명이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은 5~7명 수준이다. 서비스 범위 역시 의료적 처치는 기본이고 용변 처리나 식사, 가래 제거, 칫솔질까지 돕는다. 

다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1:1 케어 시스템이 아닌 만큼 환자의 상태가 위중해 보호자 상주나 1:1 간병이 필요한 경우에는 입원이 제한될 수 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간호·간병통합병동 간호사인 김이나 씨는 “간호사마다 돌봐야 하는 환자 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환자 한 명, 한 명을 좀 더 심도 있게 돌볼 수 있다는 의미”라며 “실제로 일반 병동에 있을 때보다 환자의 치아 상태, 심리 상태와 같이 쉽게 놓칠 수 있는 부분을 꼼꼼하게 살필 수 있다”고 말했다.

◇두루뭉술한 환자 중증도 기준

하지만 아직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간호 인력 배치기준이 전체 환자 수 대비 중증환자 비율을 15~20%로 정하고 있으나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동참하고 있는 대부분의 병원들이 경증환자 위주로 병동을 운영하면서 정작 이 서비스가 필요한 중증환자들이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은 지난 2020년 국정감사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환자들의 평균 중증도가 중환자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허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받은 환자들의 평균 중증도는 간호 활동을 기준으로 최저 0.31점~최대 0.89점이었으며, 일상생활수행능력 기준으로 최저 0.78점~최대 1.24점이었다(점수가 높을수록 중증도가 심함).

이는 환자 중증도에 따른 중환자 기준이 간호 활동 2점 이상이면서 일상생활 수행능력 3점 이상인 환자로 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이처럼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용한 환자들이 경증환자에 집중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지침에 따르면, ‘환자상태 중증도와 질병군에 제한이 없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이용에 동의한 환자’로만 입원자격이 명시돼 있다. 

즉, 입원환자의 중증도가 명확히 제시돼 있지 않다 보니 병원이 환자를 골라 받을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입실 기준이 따로 없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환자 스스로 거동이 가능해야 입원을 허락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혼자 화장실에 가기 어렵다거나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없는 환자라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진료비 부담이 큰 중증환자가 간병비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을 해결해 주고자 도입된 서비스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정부가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들의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 보니 한계가 있다”며 “제도적 한계를 인정하며 중증도에 따른 차등 수가 지급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의 과도한 요구도 문제점… 간호인력 확충 등 제도 보완 필요

◇인력 수급 등 미비점이 서비스 확대 발목

여기에 환자들의 과도한 요구까지 더해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운영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이 필요 이상의 대우를 받으려 하고 제도에 대한 환자들의 이해도가 낮아 지나친 요구를 하는 등 환자들의 높은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호소가 많았다.

상황에 따라 간호사가 간호 보조 인력의 식사보조, 음식 데우기, 이동 보조, 개인위생 관리 등의 업무도 함께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간호와 간병을 구분하지 못하고 개인적인 부탁을 해 본연의 업무 소홀 및 갈등이 생기는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에 입원 초기 환자에게는 간호와 간병에 대한 차이와 간호사와 간호 보조 인력의 역할을 설명하며 직종 간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체계화해 업무 누락 없이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간호인력 확충도 시급한 문제다. 중증·급성기 환자에게는 집중적인 돌봄이 필요한데 현재의 인력배치기준으로는 돌볼 수준이 안돼서다. 따라서 인력배치기준 재설계 시 병원 규모뿐만 아니라 중증도, 필요도에 따른 인력산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서울 소재 병원 김남희 수간호사는 “인력이 많이 늘어났다 해도 일대일로 환자를 동시에 보살피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잠시 눈을 돌렸을 때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복도에서 미끄러지는 등 사고가 날 수 있어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라며 “선진국의 경우 간호사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 비율이 1대 4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최소 1대 7로 규정하고 있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종식 의원 또한 “일일 3교대, 연가 등 실제 근무 가능일수를 고려한 인력산정기준 현실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현재 4.8배수인 인력산정기준을 6.5배수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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