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흑인 ‘인어공주’는 성공할까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흑인 ‘인어공주’는 성공할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4.24 10:12
  • 호수 8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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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오는 5월 디즈니의 야심작 ‘인어공주’가 전 세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안데르센의 동화로 널리 알려진 인어공주는 그의 다른 작품과 달리 인어공주가 물거품이 돼 사라진다는 슬픈 결말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다 1989년 디즈니가 장편 애니매이션으로 만들면서 원작과 달리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수정해 팬들을 열광케 했다. 이후 인어공주는 현재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으면서 전 세계인이 좋아하는 동화로 남아 있다.

그러다 ‘라이온킹’, ‘미녀와 야수’ 등 애니매이션 실사화로 큰 재미를 본 디즈니는 ‘인어공주’의 실사화를 전격 발표한다. 인어공주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많은 팬들은 열광하며 누가 인어공주가 될지 갑론을박을 벌였다. 그런데 디즈니는 의외의 캐스팅을 발표하며 팬들을 경악케 한다. 원작과 전혀 다른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캐스팅됐다고 발표했는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매력적인 인어공주와 전혀 달라 어리둥절하게 만든 것이다. 더군다나 기존 인어공주는 흑인이 아니어서 ‘블랙 워싱’이라는 비난도 있었다.

디즈니 실사화는 매번 캐스팅 논란이 일어나기는 했다.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알라딘’에서 지니역에 유명배우 윌 스미스가 캐스팅됐을 때도 잘못된 선택이라는 시선이 있었지만 개봉 이후 특유의 매력으로 찰떡이라는 평을 받았다.

물론 할리 베일리 역시 자신만의 매력으로 부정적 시선을 뒤집을 수도 있다. 그런데 예고편이 공개된 이후에도 대부분의 팬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인어공주와 전혀 다르다”며 “선을 넘은 정치적 올바름(PC주의) 추구가 문화계를 좀먹고 있다”는 악평을 쏟아내고 있다.  

흑인들이 최근까지 차별을 받았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바람이 불었고 영화,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에도 적용됐다. 초기에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였고 흥행으로도 이어졌다. 그런데 해를 넘길수록 계몽적 성격이 점점 강해지고 흑인 배역이 아님에도 흑인을 캐스팅하는 블랙 워싱마저 자행되고 있다.

인어공주의 흥행 여부는 수년간 문화계를 잠식했던 PC주의의 지속여부와도 연결돼 있다. 실제 PC주의를 앞세워 초반 재미를 봤던 디즈니는 최근 1~2년 사이 실적이 급락하면서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인어공주마저 실패하면 사실상 PC주의 역시 종말을 맞게 되는 것이다.

대중들은 우매하지 않다. 영화나 드라마가 대놓고 지나치게 가르치려 들 필요는 없다. 문화계가 지난 몇 해간 지속된 PC주의 광풍에서 벗어나 특정 사상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성을 시도했던 본래의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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