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 스쳐도 통증 심한 ‘통풍’… 술 줄이고 체중 조절
바람만 스쳐도 통증 심한 ‘통풍’… 술 줄이고 체중 조절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5.02 14:19
  • 호수 8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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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의 증상과 치료법

중년 이후 남성에게 주로 발생… 무증상 단계 지나면 급성 발작 발생

엄지발가락에 발작 많이 나타나… 고깃국물·튀김 요리 등 섭취 줄여야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바람만 스쳐도 고통스러워 이름이 붙었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 ‘질병의 왕’이라고도 불리는 통풍은 혈액 내 요산이라는 물질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요산염 결정이 관절의 연골, 힘줄 등 조직에 침착되는 질환이다. 

요산염 결정은 바늘처럼 뾰족한 모양이기 때문에 극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요산은 음식을 통해 섭취되는 ‘퓨린’이라는 물질이 몸에서 에너지로 쓰이고 난 후 나오는 일종의 찌꺼기이다.

예로부터 통풍은 부유한 사람들의 질병으로 알려져 왔다. 과도한 음식 섭취와 음주가 통풍 발병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식생활 변화로 인해 생활 정도와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39만5154명(2017년)이던 통풍 환자는 49만2373명(2021년)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로 요산치가 높은 중년 이후의 남성에서 많이 발생한다.

◇통풍의 진행 과정

▶무증상 고요산혈증(1단계)= 통풍은 나이가 많고, 혈액 내 요산 농도가 높을수록 발병 위험이 커진다. 요산이 과잉 생산되거나 요산의 배설기능이 떨어지면 혈중 요산 농도가 높아진다. 혈액 내 요산 농도가 7mg/㎗을 넘는 경우를 ‘고요산혈증’이라고 한다. 

그러나 요산 수치가 높다고 무조건 통풍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고요산혈증 환자 중 5% 정도에서 통풍이 발병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요산 수치가 높아도 증상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투약 없이 관찰하고, 통풍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비만, 알코올 중독,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급성 통풍 발작(2단계)= 생활습관이 개선되지 않은 채로 무증상 고요산혈증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 급성 통풍 발작이 발생할 수 있다. 통증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부위는 엄지발가락이다. 그 외 사지 관절 어디에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밤에 통증이 시작돼 잠에서 깨어나기도 하며, 아침에 일어나 첫걸음을 내디딜 때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은 짧게는 수 시간부터 길게는 몇 주간 지속되기도 한다.

초기에는 관절의 어느 한 곳에서만 집중적으로 통증을 느끼지만, 발작이 반복되고 고요산혈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점차 여러 부위로 통증이 확대되고 통풍결절이 피부에 튀어나오기도 한다.

증상이 나타나면 안정을 취하고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급성 통풍 발작은 콜히친, 비스테로이드 항염제, 스테로이드 등을 사용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치료를 빨리 시작할수록 증상이 빠르게 호전되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간헐기 통풍(3단계)= 통풍 발작과 다음 통풍 발작 사이 관절 통증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6개월에서 2년 사이에 두 번째 통풍발작을 겪게 된다. 통증발작 빈도는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의 경우, 시간이 갈수록 증가한다. 통증은 점점 더 여러 관절로 번지며 더 심하고 오래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이 시기에 적절한 약물 복용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통풍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여러 관절로 통풍이 침범되며 발작의 빈도와 지속시간이 높아질 수 있다. 

▶만성 결절성 통풍(4단계)= 간헐기를 지나면 만성 결절성 통풍의 시기가 된다. 통풍결절과 통풍 발작은 고요산혈증의 정도와 기간에 비례해 증가한다. 고요산혈증에서 처음 통풍 발작을 겪기까지는 평균 10년 정도 걸리며, 20년이 지나면 환자의 25%에서 통풍결절이 나타난다. 

통풍결절은 요산이 조직에 침착된 결정으로, 귓바퀴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또한 손과 손가락, 발가락과 발목, 무릎 등에 울퉁불퉁한 덩어리를 형성한다. 결정은 서서히 생겨나며, 해당 관절 부위에 뻣뻣함과 통증이 종종 발생한다. 이에 따라 관절에 광범위한 손상이 생기며 피부 밑에 큰 결절이 생성돼 손과 발의 형태가 변형된다.

통풍이 장기화되면 다발성 관절염으로 변하기도 하고 영상촬영검사에서 관절 주변의 뼈가 녹은 것도 발견할 수 있다. 만성결절성 통풍은 항고요산혈증 약물로 치료한다. 알로푸리놀(자이로릭), 페북소스타트(페브릭), 벤즈브로마론(유리논) 등의 약물을 이용해 고요산혈증을 조절하면서 요산이 조직에 침착되는 것을 예방하고 혈중 요산 농도를 정상화시킨다.

요산 수치를 낮추는 약물을 처방받았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아플 때만 약을 먹으면 오히려 통풍이 더 악화될 수 있어서다.

◇통풍 예방하는 생활습관

통풍은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비만은 요산치와 큰 연관이 있기 때문에 비만인 경우 체중을 조절해야 한다. 그러나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굶거나 식사량을 과도하게 줄이면 오히려 요산치가 증가해 통풍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요산치를 증가시킬 수 있는 고깃국물, 정어리, 멸치, 간 등의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과량의 지방은 요산의 배설을 감소시키므로 튀김, 드레싱, 중화요리, 크림, 버터가 많은 빵(크림빵, 케이크류) 등은 주의해야 한다.

음주 역시 피해야 한다. 통풍 환자의 절반 정도가 과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코올은 신장의 요산 배설을 방해하고, 퓨린과 요산의 합성을 촉진해 고요산혈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손창남 의정부을지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요산 결정이 우리 몸 밖으로 쉽게 배출될 수 있도록 매일 10~12컵 정도의 물을 마셔야 한다”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 병행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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