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한 간호법, 무엇이 문제길래?… 의사·간호조무사 등 ‘반대’ 연대투쟁의 배경
국회 통과한 간호법, 무엇이 문제길래?… 의사·간호조무사 등 ‘반대’ 연대투쟁의 배경
  • 조종도 기자
  • 승인 2023.05.08 09:29
  • 호수 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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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앞에서 경기도의사회 관계자들이 간호조무사협회, 응급구조사협회 등과 함께 간호법 제정, 의료법 개정에 대한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월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앞에서 경기도의사회 관계자들이 간호조무사협회, 응급구조사협회 등과 함께 간호법 제정, 의료법 개정에 대한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협 “간호사만을 위한 특혜”… 간협 “전문 간호인력 확보 위해 필요”

간호조무사는 ‘고졸 제한’ 문제 삼아… 교육부 반대로 중재도 무산

[백세시대=조종도 기자] 간호법이 4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이 법이 통과되자 간호사들은 환호했지만, 의사‧간호조무사 단체 등은 크게 반발하면서 간호법이 취소되지 않으면 부분파업에 이어 총파업에 돌입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5월 3일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의료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단축 진료를 하거나 소속 의료기관에 연가를 내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간호법 제정안이 왜 의료계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을까.

◇간호법의 내용과 핵심 쟁점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와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를 정하고 간호사 처우 개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에 따르면, 간호법안은 17대와 20대, 21대 국회에서 3번 발의된 것으로, 2005년 첫 입법이 시도된 후 18년만에 통과된 간호사들의 숙원이다. 고령화 시대 숙련된 간호 인력의 수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간호법이 최종 시행된다면 의료 현장의 여러 직역 중 ‘간호’만을 규정한 첫 번째 법령이 된다. 그동안 간호사 업무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등과 함께 의료법에 규정돼 있었고,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등으로 한정됐다.

이러한 배경 아래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등 의사단체는 간호법을 ‘간호사만을 위한 특혜이며 직역(職域) 이기주의’라고 비판한다.

의사단체가 특히 문제를 삼는 건 ‘지역사회 간호’라는 표현이다. 간호법 제1조(목적)에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이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 표현이 간호사들의 단독 개원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안의 그 조항만으로는 간호사의 단독 개원이 불가능하지만, 언제든지 법안 개정을 통해서 ‘간호돌봄센터’를 만들어 불법의료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간협은 이에 대해 “간호법안 어디에도 간호사 혼자서 돌봄을 도맡겠다는 조문은 없다”며 “간호법은 다른 직역의 영역을 침해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는 간호조무사의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문제 삼는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과 동일하게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을 ‘고졸’로 명시하고 있는데, 간무협은 법안 제정 논의 과정에서 ‘고교 이상 졸업자’로 확대할 것을 요구해 왔다.

간호조무사가 되려면 특성화고등학교의 간호 관련 학과를 졸업해야 하고, 일반고 또는 대학 졸업자는 간호학원 수강을 거쳐 국가시험을 치러야 한다.

간무협은 간호조무사 양성을 위한 2년제 대학 학과 등을 신설해 충분한 의료 지식·훈련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복지부와 여당은 ‘간호조무사 학력 요건을 특성화고 이상으로 명기한다’는 중재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중재안 역시 교육부의 반대에 부딪힌다. 

교육부는 전문대에 간호조무학과를 세울 경우 과잉학력으로 사회적 낭비를 유발할 수 있고, 한 전문대 안에서 간호학과와 간호조무학과 간 위계가 생길 수 있다며 반대한 것. 간호조무사들을 양성해온 특성화고 역시 존립 기반이 흔들린다며 반대한다.

◇보건의료연대 총파업 예고

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통과에 반발하는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는 5월 3일 부분파업에 나선데 이어 17일 연대 총파업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의료연대에 참여한 13개 직역 단체 중 간무협은 의협과 함께 간호법 반대 투쟁에 가장 적극적이다. 간무협은 지난 달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일찌감치 연가투쟁을 선언했다. 

곽지연 간무협 회장은 4월 25일부터 국회 앞 단식 농성을 해오다 쓰러져 5일만에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의사 단체는 간호법 외에도 의료법 개정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의료인 결격‧면허취소 사유를 ‘범죄 구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로 확대하는 의료법 개정에 반대했는데, 그대로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의협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면허박탈법’이라고 명명하고, “실수나 사소한 분란으로도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필수 의료 기피 현상을 심화시킨다”고 밝혔다.

의료연대는 5월 3일 연가 또는 단축진료를 하고 늦은 오후 전국 각지에서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의료연대는 11일 2차 연가투쟁, 용산 대통령실 앞 1인 시위 등을 통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계속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할까

간호법은 5월 4일 정부로 이송되며, 윤석열 대통령은 이송 후 15일 이내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거부권 행사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결정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간협은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언급했던 사안임을 강조하며 간호법 처리를 호소하고 있고, 만약 거부될 경우 간호사들의 격렬한 저항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양곡법 거부권 행사에 이어 간호법이 거부될 경우 여야 간 정국 경색이 심화되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와 여당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그 결정에 반하는 집단을 설득하고 후속 입법으로 반발을 무마하는 해법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종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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