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허리 통증 이야기”
[백세시대 / 세상읽기] “허리 통증 이야기”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5.30 10:15
  • 호수 8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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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지난 호 이 지면에서 ‘새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호에는 가깝게 지내는 지인(68)의 ‘허리 통증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인은 보름 넘게 극심한 허리 통증으로 여러 곳의 병원을 전전하는 바람에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시간과 돈을 낭비했다는 것이다. 

어느 날 아침,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오른쪽 허리에 극렬한 통증을 느꼈다. 신기한 건 한두 차례 아프고 난 다음에는 그날 걷거나 운전 등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에도 마찬가지 증상이 나타났다. 너무 아파 그 순간 ‘악’하는 비명이 절로 튀어나왔다. 최근에 허리를 다친 일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통증이었다.

회사에 정상 출근해 근처 한의원을 찾았다. 한의사가 아픈 부위를 손으로 주물러보더니 “오른쪽 허리 근육이 많이 빠졌다”며 “침을 놓겠다”고 했다. 50여분 누워 침을 맞고 부황을 뜨고 온찜질에 물리치료를 받았다.  

‘침을 맞았으니 괜찮겠지’ 했는데 웬걸~, 그날 밤 잠결에 몸을 뒤척이는 순간 똑같이 아팠다. 다음날 네이버 창에서 검색한 ‘00바른성모 정형외과의원’을 방문했다. 의사는 “엑스레이부터 찍자”고 했다. 확대해본 척추 엑스레이 사진은 추한 외계 생물체처럼 흉측해보였다. 의사는 “척추가 많이 휘었고, 척추 중간에 뼈가 자라 튀어나왔다”고 했다. 지인이 “그럴 수도 있느냐?”고 묻자 의사는 “가끔 그런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지인이 “자란 뼈 때문에 아픈 건가?”라고 묻자 의사는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애매모호한 답을 했다. 의사는 병명은 말하지 않은 채 “주사를 맞으라”는 처방을 내렸다. 정형외과에서 한두 번 주사를 맞았던 경험에 주사의 정체는 묻지 않았다고 한다.  

의원 직원이 ‘비급여 진료항목 동의서’를 내보이며 ‘보험이 안 되는 ’라포라제‘(효소제제)가 들어간다’고 알려주었다. 동의서 아래에 ‘초음파/C-Arm을 이용한 주사 시술‘이라고 적혀 있고 서명날인 난이 있었다. 사인을 하고 주사실 침대에 누웠다. 

거대한 ‘로봇팔’이 머리 위에 매달려 있고 모니터에 척추 사진이 떠 있었다. 의사가 “척추 양쪽 8곳에 주사를 놓고 그것을 통해 약물을 투입한다”고 말했다. 지인이 “오른쪽이 아프니까 왼쪽은 주사가 필요 없을 것 같다”고 하자 의사는 “척추는 예민한 부위라 다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중에 확인한 바로는 그날 지인이 받은 시술은 신경차단술이었고 ‘로봇팔’은  첨단 의료기기였다. 고가의 주사를 맞았는데도 사흘 동안 통증은 더 심했다. 

이번에는 과거 한두 차례 들렀던 ‘◯◯정형외과의원’을 찾았다. 역시 “엑스레이부터 찍자”고 해 두 번째로 엑스레이를 찍었다. 의사는 “척추가 많이 상했다. 이 지경으로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통증의 원인을 묻자, 의사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나이 들어 그런 것”, “복합적”이라며 “여기선 물리치료나 받고 돌아가라”고 대답했다. 

이 정형외과의원 역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다음날 집 부근에 있는 ‘◯◯신경외과’를 찾았다. 의사에게 휴대폰에 담긴 척추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자 바로 알겠다는 표정으로 “근육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받으라”고 처방했다. 반신반의했는데 의외로 통증이 반감했다.  

지인은 이번 허리 통증을 겪으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몇 가지 있다고 한다. 먼저 ‘도대체 어느 병원을 가야 하는가’였다. 과거에는 허리가 아프면 정형외과만 찾으면 됐는데 요즘은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신경외과, 통증의학과 등 비슷한 의원들이 많아 헷갈린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의사들이 병명을 정확하게 짚어주지 않은 채 “늙으면 다 그렇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대답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놀라운 점은 그 누구도(한의원을 제외하곤) 아픈 허리를 만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외과 전문의가 환자의 아픈 부위를 눈과 손으로 확인하지 않고 단지 엑스레이 사진만 쳐다보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식의 진료 행위가 병을 낫도록 하는데 과연 도움이 될 지 의심이 간다고 한다. 지인은 “진료의 기본을 무시한 채 주사·약등을 처방하는 건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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