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귀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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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승인 2009.07.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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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김동배 연세대학교 교수
▲ 김동배 연세대학교 교수
최근 직업, 나이, 경제력 등에 관계없이 건강과 쾌적한 환경을 찾아 생계수단과 주거공간을 농촌으로 옮기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앙정부의 도시민 정주지원정책과 도시민 유치를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맞물려 이러한 귀농현상은 한층 더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30~40대 청장년을 중심으로 한 전업형 귀농이었다면, 최근에는 은퇴 이후 50~60대 장노년의 생태지향형 귀농이 증가하고 있다.

은퇴귀농은 은퇴자의 욕구와 지자체의 기대가 맞아 떨어져서 나타나는 새로운 사회현상이다. 즉, 직장인은 은퇴한 이후에 환경오염이나 먹을거리 불신으로부터 벗어나 좀 더 자연친화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가 늘어난다. 지자체는 농촌지역의 인구유출로 인한 공동화를 막고 경제력과 전문성을 갖춘 도시 은퇴자를 유치해 지역사회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기고 있다.

현재 몇몇 지자체는 귀농지원을 위한 조례를 만들고 행정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귀농지원책은 대부분 30~40대의 청장년의 신규농업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50~60대의 장노년도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청장년의 귀농은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등 대단한 결심이 필요하지만, 은퇴귀농은 은퇴귀촌(생계적 귀농이 아니라 전원생활을 즐기는 것)의 성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여건만 맞는다면 보다 쉽게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인들에게 농촌은 필요할 때 잠깐 가서 즐기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그들은 농촌을 대체적으로 무료하고 권태로운 곳, 문화·의료·복지의 사각지대, 편리한 생활의 포기, 사회적 관계의 단절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연결시킨다. 그러나 농촌은 국가자존을 위한 기초산업인 농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농업인력의 확보와 농촌사회의 안정은 국토의 균형관리에 기여한다. 은퇴귀농은 개인적인 선호의 문제 이상으로 국가발전의 중요한 몫을 담당할 수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이제 은퇴귀농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은퇴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적절한 가격의 집과 보람 있게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보수 및 무보수) 문제다.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킨 뒤에 도시에서 살던 집을 절반으로 줄여 그 돈으로 농촌에도 집을 장만하고 해외여행을 하는 등 여생을 즐기는 것은 은퇴귀농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아주 매력적인 계획이다. 그러나 그 집이 자기가 원할 때 곧 매도할 수 있는 가치가 있느냐 하는 것이 걱정이다.

그래서 은퇴귀농자를 위한 주택은 시장논리가 아닌 별도의 제도에 의해 관리돼야 한다. 은퇴자를 위한 농촌형 공공주택, 직업·취미·종교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공동체 마을, 저렴하지만 편리한 이동주택단지(mobile home park) 등이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농업이란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 이외에도 많은 서비스가 포함된다. 은퇴했지만 다양한 기능의 보유자와 유통 및 사무 경력의 소유자도 필요하다. 농촌을 경제사회적으로 안정시키고 발전시키는 데 젊은 농업인력이나 기존의 고령농가가 할 수 없었던 일들(자연환경보존, 청소년 방과 후 프로그램, 대안교육 등)을 자원봉사로 한다거나, 혹은 농촌의 ‘어미너티’(amenity, 쾌적성·즐거움)를 향상시키는 일에 종사함으로 농촌을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도시의 많은 인적 네트워크를 농촌의 다양한 삶의 영역과 연계시켜 농촌을 부활시키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즉, 농촌지역의 생산성을 증진시키는 데 은퇴귀농자를 참여시키는 것이다. 이는 보수를 받는 일이든 자원봉사로 하는 일이든 은퇴자의 보람 있는 삶을 가능케 하는 일인 것이다. 특히 은퇴자의 자원봉사는 농촌에 복지공동체를 창출하는 계기를 만들게 될 것이다.

다소 무지개를 잡는 듯 한 은퇴귀농의 개념이 현실화되려면 크게 두 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첫째는 은퇴귀농에 대해 남자들은 호기심을 갖는데 여자들은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여자들에게 은퇴귀농은 왠지 촌스럽고, 도시의 편리함을 포기해야 하는 것 같고, 남들에 비해 손해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따라서 은퇴귀농이 성공하려면 자자체가 여성친화적인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주거 및 마을 환경을 청결히 정비하고,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더욱 가족지향적이기 때문에 도시에 사는 자녀와 손자녀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여기에 여성을 참여시키면 좋을 것이다.

둘째는 의료서비스를 향상시켜야 한다. 70세가 넘어 신체가 허약해지면서 노인들의 건강에 대한 염려는 대단히 높아지기 때문에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보건소 등 공공보건의료기관의 기능을 강화하거나, 도시 대형병원의 응급체계를 적극 활용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의료시설이 잘 돼있는 인근도시와의 정기적인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은퇴귀농이 개인적으로 축복된 제3의 인생이 되고, 사회적으로 농촌의 지역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우리가 생각하고 시범적으로라도 해 볼 수 있는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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