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色이야기 37] 소금(銷金)은 금박으로 비단 보자기 장식 사용
[한국의전통色이야기 37] 소금(銷金)은 금박으로 비단 보자기 장식 사용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3.06.12 11:29
  • 호수 8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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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구소금(積口銷金)

한국사에 기록된 소금(銷金)은 녹인(銷) 황금으로서 주로 비단 보자기의 장식에 사용되었는데 금박(金箔)이나 이금(泥金: 아교에 갠 금박가루)과 같은 것이다. 

◎송나라 황제가 보낸 국신물색(國信物色: 국서와 예물) 중에, (......) 어의(御衣: 임금 옷) 두 벌과 황색융단 적삼 한 벌, 홍색 융단 편복(便服) 한 벌을 각각 소금(銷金)으로 장식한 홍색 비단 겹보자기로 싸고<고려 문종 26년> 

◎서울과 지방의 남녀들이 수(繡)를 놓은 비단과 소금(銷金) 장식 용봉(龍鳳)무늬 능라(綾羅) 옷을 금지하였다.<정종 9년> 

◎금(金)과 은(銀)은 본국에서 산출되지 않는 물건이므로 방물도 계속 진헌하기 어려운데, (......) 지금부터 진상용 복용 그릇붙이, 대궐용 술그릇, 조정사신 접대용 그릇붙이, 조정 관리의 품대, 봉작부인의 머리장식, 사대부 자손들의 귀고리 외에는 모두 사용 못하게 하며, 소금(銷金)과 이금(泥金)도 모두 금지, 어긴 자는 법으로 처벌하겠다.<세종 1년> 

◎태조-태종 때부터 산릉(山陵)의 제도는 모두 옛 제도에 따라 금, 은, 주옥(珠玉)을 모두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소금(銷金)과 소은(銷銀)으로써 명기(明器: 무덤에 함께 묻던 그릇), 복완(服玩: 의복과 노리개) 등의 물건을 장식하여 여러 임금의 관을 묻는 무덤 속(玄宮‧현궁)에 넣으니 옛 제도에 어긋남이 있다.(......) 모두 금단하여 영구히 따라야 할 법식으로 하라.<세종 23년> 

◎경상도 관찰사가 탄생일을 축하하여 위징(魏徵)의 십점소(十漸疏: 당태종에게 올린 열 가지의 상소문)를 병풍에 쓰고 소금(銷金) 장식 비단으로 꾸며서 바쳤다.<성종 7년> 

◎이번 도감에서 조성한 것은 자전(慈殿: 임금의 모후)께 올리는 것 외의 옥책(玉冊)의 장식은 구리로써 은을 대신하고, 싸는 물건은 명주로써 비단을 대신하고, 소금(銷金)으로써 그린 금에 속하는 것은 모두 없애라.<영조 16년> 

◎인경왕후의 계사년 추상(追上) 존호옥보(尊號玉寶)의 겉을 싼 것을 봉심하시고 새로 준비한 소금(銷金) 장식 다홍공단 두 폭 겹보자기로 개비하신 다음 그릇의 예법을 살피시고 영녕전 판위에 납시어 네 번 배례를 마치셨다.<정조 9년> 

“말이 많아지면 쇠붙이도 녹여”

적구소금(積口銷金)의 적(積)은 ‘쌓다, 많다’는 뜻이니, 적구(積口)는 ‘말이 많다’는 뜻이다. 소금(銷金)은 금박(金箔)과 같은 녹인 황금색을 가리키지만, 여기서는 쇠(金)를 녹인다는 뜻으로서 적구소금(積口銷金)은 사람들의 말이 많아지면 쇠붙이도 녹인다는 뜻이다. 

◎지금 이 무덤구덩이 옆에 쓸모없는 돌이 깊고 넓게 박혀있으며, 습기가 쌓여 밑으로 뚝뚝 떨어져 무덤구덩이 속에 배어 들어가면 물이 고이게 되는데, 어찌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말이 한 번 퍼지면, 듣는 신하들은 누가 감히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대체로 여러 사람이 의심하면 괴담을 만들어 적구소금(積口銷金)할 것입니다. 인심이 동요하는 것은 참으로 심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중종 32년>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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