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정지
5월을 잡아두고 싶은 붉은 신호등
눈길 발길 모두 불러 세우고
만족해하는 저 파안대소
장미의 계절이 돌아왔다. 온 천지에 장미가 피어 담장이건 꽃밭이건 심지어 장미축제까지 있어서 어디서나 쉽게 장미와 마주친다. 아찔한 향기는 차치하더라도 붉은 장미를 외면하고 갈 길을 가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 같다. 저렇게 사람을 빤히 내려다보면서 ‘어디 갈 테면 가봐라’ 하는 눈빛으로 유혹한다면 아……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터인데 우리는 발끝만 바라보면서 늘 어디를 그렇게 허둥지둥 가고 있는 걸까. 연둣빛이 점차 신록으로 바뀌는 초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면서 세상의 모든 환희를 다 모아놓은 것 같은 빛깔로 우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발길을 잡아끈다면 못 이기는 척 잠깐이라도 쉬어가면 좋겠다. 그 시간만큼은 잠시 현실의 근심을 내려놓고 넋 나간 듯 빠져들었다가 다시 힘을 얻어 갈 길을 가도 좋겠다. 장미의 계절이지 않은가.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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