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면 행복져해요 32] 비싼 물건이라 아까워도 짐이 될 땐 버려야
[정리하면 행복져해요 32] 비싼 물건이라 아까워도 짐이 될 땐 버려야
  • 정경자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
  • 승인 2023.06.12 13:22
  • 호수 8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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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이불장을 열어 보면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이불이 있다. 결혼할 때 해온 원앙금침이 바로 그것이다. 10년, 20년은 기본이고 50년 넘게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보관하고 있는 가정도 많다.

30년차 주부 H씨도 이불장을 열 때마다 마음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이불장의 절반을 채우고 있는 두꺼운 이불세트 때문이다. 이 이불세트는 30년 전 H씨가 결혼할 때 예단으로 해 가지고 온 것으로 당시 꽤 많은 돈을 주고 무리해서 어머니가 마련해준 것이다.

그런데 비싸게 주고 산 것이라 아까워서 사실 몇 번 쓰지도 않고 넣어만 두고 있었다. 하지만 목화솜이 잔뜩 들어 있어서 무겁기도 하고 햇볕 좋은 날은 이불을 말려야 하는 수고도 종종 해야 하는 골칫거리 중 하나이다.

아깝다고 놔두면 맘이 더 불편

이런 물건과는 아깝더라도 이별하는 게 좋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H씨처럼 이불세트를 볼 때마다 “아이고, 저거……”라고 한숨이 나온다면 그건 가지고 있는 것이 오히려 손해이다. 물론 비싸게 마련한 것을 버리는 게 아까울 수도 있고, 어머니가 해준 것이라 차마 버리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버리고 나면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이 들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어머니에게 죄송스럽더라도 자주 전화해드리고 찾아뵙는 것으로 죄책감을 덜고 정리해야 한다. 마음을 정화하는 데 정리만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정화란 불순하거나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마음이 복잡하고 싱숭생숭할 때 주변의 물건을 정리하면 훨씬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한 번쯤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도의 불교 우화를 모은 책 ‘백유경’을 보면 이웃의 식사에 초대받은 한 손님의 이야기가 나온다. 손님이 음식을 먹다가 싱겁다고 하자 주인은 소금을 조금 넣어주었다. 

이것을 맛있게 먹은 손님은 조금만 넣어도 맛있는 소금을 더 많이 넣으면 더 맛있어질 것 같아 소금을 더 많이 넣었다. 하지만 결국 음식은 맛이 없어졌고 지나치게 짜게 먹은 손님은 병이 났다고 한다.

이 이야기처럼 물건을 더 많이 가진다고 해서 마음이 편하거나 행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딱 필요한 만큼만 갖고 사용하기 쉽도록 잘 정리해 놓는다면 기분은 더 상쾌해질 것이다.

휴대폰 전화번호부도 정리를

정리를 할 때는 크게 해야 할 것을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물건 정리, 시간 및 일정 정리, 인맥 정리가 그것이다. 첫 번째, 물건 정리는 ‘버리고 채우고 나누는’ 순서로 정리하면 된다. 내가 가진 물건 중에서 필요 없거나 의미 없는 물건은 버리고,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사용하기 편하도록 바르게 채우고, 버릴 물건들은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는 순서로 정리하면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시간과 일정 정리는 먼저 큰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하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앞으로 10년 동안 할 일과 계획을 써보고 올해 할 일과 계획, 이번 달에 할 일과 계획, 이번 주에 할 일과 계획, 오늘 할 일과 계획의 순서로 접근하면 되는 것이다.

세 번째, 인맥 정리의 시작은 휴대폰의 전화번호부를 정리하는 것이다. 전화번호부에 많은 번호들이 저장돼 있는데 이 중에는 몇 년 동안 한 번도 전화를 하지 않은 번호도 허다하다. 몇백 개의 번호가 있다고 해서 그 사람들 모두와 가까이 지낸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전화번호부를 나만의 기준으로 분류해 저장하면서 간추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렇게 물건을 정리하고 시간과 일정을 정리하고 인맥을 정리하고 나면 복잡하고 어지러웠던 마음이 한결 가라앉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경자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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