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미등록 경로당 왜 많은가…
농어촌 미등록 경로당 왜 많은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6.19 09:19
  • 호수 8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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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방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농촌 지역 마을 상당수가 기준 미달로 경로당을 갖추지 못한데다 기존 경로당도 존폐 위기에 놓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진은 경북 구미시의 한 미등록 경로당의 모습.
최근 지방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농촌 지역 마을 상당수가 기준 미달로 경로당을 갖추지 못한데다 기존 경로당도 존폐 위기에 놓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진은 경북 구미시의 한 미등록 경로당의 모습.

설치 기준 못 갖춘 게 주원인… 인구 소멸위기로 증·개축도 쉽지 않아

전북 완주 51곳, 경북 구미 43곳이 미등록 경로당… 비용 지원 못받아   

일부 경로당도 회원 줄어 존폐 위기… “거점경로당 등 해법 모색 필요”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현재 경로당이 없는 마을은 설립 기준을 앞으로도 충족하기 어려운 곳이 대부분입니다. 더 큰 문제는 기존 경로당도 사라질 위기에 있다는 겁니다.”

농촌지역인 A군은 전체 마을 중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경로당으로 등록하지 못한 ‘미등록 경로당’이 20여곳에 달한다. 특히 각 마을은 마을 자체가 존폐 위기에 있어 경로당 마련에 선뜻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 A지회 관계자는 “농촌 실정에 맞게 거점경로당 등 새로운 경로당 운영 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현재 여전히 상당수의 농‧어촌마을에 경로당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인구가 급감하는 농‧어촌의 현실을 아우르는 경로당 지원에 대한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전국의 경로당은 노인복지법과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운영된다. 법에서 정한 시설 기준을 갖춰야 경로당으로 지원을 받는 데다 인원수 등에 따라 운영비, 냉난방비가 차등 지원된다. 바꿔 말하면 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농‧어촌의 작은 마을은 경로당 설치 및 지원이 어렵다.

이들 마을에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공간에 ‘사랑방’ 등의 이름으로 미등록 경로당을 운영하고 있다. 미등록 경로당은 경로당으로 등록을 하고 싶어도 노인복지법에서 정한 ‘20명 이상의 65세 이상 회원’을 비롯해 화장실, 20㎡ 이상의 거실이나 휴게실, 전기시설 등 등록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로당을 지칭한다. 마을에 경로당이 멀쩡하게 있음에도 사적 친목모임을 만들어 경로당이라 주장하는 불법 ‘미신고 경로당’과는 다르다. 

대표적으로 전북 완주군의 경우 6월 현재 전체 552개 마을 중 51개소에서 사랑방이 운영되고 있다. 경북 구미시의 경우도 462개 마을 중 43개 마을에서 미등록 경로당만 존재하는 상태다. 그 외 지역도 농어촌 일부 마을에 미등록 경로당만 존재한다. 한 지회 관계자는 “경로당 설립 요건 중 20명 이상의 인원수를 채운 마을엔 대부분 경로당이 있다”면서 “어르신뿐만 아니라 젊은 주민들 수가 줄어드는 작은 마을에는 현재 법상 경로당 설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하게 경로당을 설치하는 것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주민 인구가 줄어 마을 자체가 존립 위기에 처함에 따라 선뜻 시설 기준을 맞춘 경로당을 짓기 어려운데다 몇 년 후 이용 인원 자체가 거의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러한 문제는 기존 경로당의 소멸 위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농촌지역 몇몇 경로당은 코로나 팬데믹 등을 거치면서 회원 수가 줄고 유입 인구마저 끊겨 가까운 시일 내 문을 닫을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지회 관계자는 “관내 한 경로당은 1~2년 내 회원이 한 명도 없어 아예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는 미등록 경로당 지원 조례 등을 제정하면서 인원이 적은 마을 사랑방을 지원하고 있다. 2016년 경기 안성시의회가 처음 관련 조례를 제정한 이후 이를 벤치마킹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올해에도 지난 4월 평창군의회가 조례를 만들면서 미등록 경로당 3곳이 지원받을  길이 열렸다. 단, 이런 경우 경로당과 동등한 수준이 아닌 운영비, 냉난방비, 양곡비만 절반 수준으로 지원하는 형식으로 형평성을 유지하고 있다. 대신 여가프로그램 등은 여전히 지원받지 못한다.

이에 노인회에서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농촌지역 실정에 맞는 경로당 지원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경로당 운영과 관련된 법이나 조례 등은 비교적 사람이 많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을 갖춘 도시경로당을 기준으로 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러한 도시경로당은 노인 인구가 늘어날수록 경로당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도 당연히 늘어난다. 그런데 농촌경로당은 상황이 다르다. 이미 고령화율이 30%를 훌쩍 넘겨 시간이 지날수록 마을별로 경로당 이용 가능 인원이 줄어드는 구조다. 

이에 농촌지역 노인회에서는 마을별로 사랑방 형태의 소경로당을 두고 읍면 단위 혹은 여러 사랑방 중간 지점에 ‘거점경로당’을 설치하는 방식 등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례로 전북도의 경우 2019년부터 보건복지통합경로당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도내 농어촌 지역 경로당 중 규모가 크고 프로그램 운영에 적합한 경로당을 선정해 급식도우미를 배치하고 매일 건강체조, 노래교실 등 여가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특히 인접 지역 경로당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 일종의 소복지관 역할을 한다.  

한 노인회 관계자는 “어르신이 5명도 없는 마을에 경로당을 짓고 운영하는 것은 비용 효과성이 떨어져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라면서 “한정된 예산으로도 경로당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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