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色이야기 38] ‘자황’은 잘못을 정정하거나 비평한다는 의미
[한국의전통色이야기 38] ‘자황’은 잘못을 정정하거나 비평한다는 의미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3.06.19 10:16
  • 호수 8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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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자황(口絶雌黃)

땅속에서 채굴하는 비소와 유황의 화합물인 천연 황색 결정체는 음양의 특성에 근거하여 자황(雌黃)과 웅황(雄黃)으로 나뉜다. 자황(雌黃)은 음(陰), 북(北), 자(紫: 黑의 간색), 녹(綠: 靑의 간색)에 관련되는 특성을 갖는 색이므로 황색에 자색 혹은 녹색을 띤 어두운 황색 또는 푸른빛을 띠는 암황색(暗黃色)으로 보인다. 

◎전라도 진산군의 남쪽 땅에서 자황(雌黃)이 난다하니 또한 웅황도 있을 것이다. 그 산 양지와 음지에서 나는 여러 가지 자황석(雌黃石)을 한 짐 캐어 보내라.<세종 29년> 

색명으로 기록된 자황(雌黃)색은 ▷세조가 귀성군에게 하사한 홍라(紅羅)자황(雌黃)화대(畫帶),  ▷연산군이 대궐 안에 들인 운평(運平: 연산군 때의 가무기생)은 자황(雌黃)색으로 그린 도다익(댕기)을 사용한다. 

◎대여(大轝: 큰 상여), (......) 아래 위의 판(板)에 처마(簷‧첨)를 설치한다. 위의 처마는 밖을 향해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지게 하고 자황(雌黃)색으로 비단에 무늬를 그린다. 아래 처마는 위의 처마에 수직으로 연결하는데 역시 자황(雌黃)색으로 그린 수파련(水波蓮)<세종오례의 흉례서례>

자황색 칠해 정정한 것에서 연유

자황(雌黃)은 색명 외에 시문의 잘못 기록된 부분을 자황색을 칠해 정정한 것에서 연유하여 첨삭, 변론의 시비, 옳고 그름, 비판과 비평 등의 의미로 기록된 내용이 많다. 때로는 어떤 내용을 고쳐서 해석(고의적, 부정적 해석)하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천년세월이 지난 뒤에는 또 정〇〇(선조 때 학자)이 자황(雌黃: 고쳐서 해석)하였으니 어찌 이런 재앙이란 말입니까? 박순은 금(金)과 옥(玉)같은 군자였습니다. 정〇〇이 그를 스승으로 섬겼다가 뒤에 배반하였고, 이원례는 천하의 모범이었는데도 정〇〇이 글을 지어 그를 배척하였으니 참으로 간사하고 경박한 무리였습니다.<숙종 1년> 

◎말이 명백하지 않고 어수선하고 헷갈리게 자황(雌黃: 비판)하니 성상께서 무엇으로 그 시비를 분별하시겠습니까?<숙종 2년> 

◎한창 자라는 것은 꺾지 않는다(方長不折‧장방부절)는 옛사람의 말이 있다. (......) 아! 지금 조정을 보니,(......) 언로가 다르게 갈리고, 서로 자황(雌黃)하고 있으니 이것이 어찌 좋은 풍속이겠는가?<정조 7년> 

◎옛날 영조-정순왕후의 능과 정조-효의왕후 능(陵)의 길일을 선택할 때 방외(方外: 유교에서 도가와 불가를 일컫는 말)의 자황론(雌黃論)으로 비록 터무니없는 망언의 죄가 심하지는 않았지만,<헌종 원년> 

구절자황은 비평 않는다는 뜻

구절자황(口絶雌黃)의 구절(口絶)은 입을 닫는다는 뜻이니 비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신은 평생 구절자황(口絶雌黃)하고,(......) 다른 사람을 책잡지 않고 다른 사람도 신을 책잡지 않아 지금까지 20년입니다.<영조 5년> 

◎순종황제의 행장(行狀: 일생행적 기록), (......) 군자와 소인을 한 번 보시면 구분해 내시고, 구절자황(口絶雌黃)하시며, 사람의 과실을 보고도 크게 형법에 관련되지 않으면 반드시 덮어 주시려고 하셨다.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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