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후에 병고를 겪어보니…
[기고] 노후에 병고를 겪어보니…
  • 정용쇠 서울 은평구
  • 승인 2023.06.19 10:22
  • 호수 8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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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쇠              서울 은평구
정용쇠 서울 은평구

100세 시대의 진정한 노후대책은 무엇일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평균 연령이 높다. 인류 최초, 세계 최고란 단어에서 보듯, 길어진 노년기에 대한 이상적인 선진모델은 없다고 한다. 청년을 위한 나라 중년을 위한 나라도 없듯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유토피아에나 존재한다. 

결국 바람직한 노후설계는 개인의 몫이다. 나이는 세월의 훈장이라고 했는가. 필자는 나이 90이 넘어 소리도 없이 스며드는 병세들과 싸우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노후 설계는 결국 개인의 몫

몸속의 모든 부분이 쇠약해지고 다리에 힘은 빠지고 정신마저 혼미해지면서 몸의 균형 감각마저 떨어졌다. 무릎이 쑤시고 통증이 와서 계단 오르내리기가 힘들고 때로는 주저앉기도 했다. 밤에는 무릎의 통증이 심해서 잠을 이를 수 없고 날씨가 궂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아픔이 더욱 심해져 갔다.

오랫동안 고통을 참아오면서 아무런 효험도 없는 침술로 1년 동안이나 바보 같은 짓을 하다가 가까운 정형외과 병원에서 MRI 촬영 후 무릎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아 수술을 결심했다. 

수술 후 한동안 잠도 잘자고 통증도 사라져 동네 사우나에서 목욕을 하기도 했다. 한참 목욕 중에 옆 사람이 무릎 수술을 언제 했느냐고 물었다. 그러더니 수술 부위에 물이 가득 차 있는 것 같으니 병원에 지금 바로 가보라고 권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무릎 부위에 물이 차 있고 붓기도 해 이상한 감이 들긴했다. 바로 병원으로 찾아갔더니, 물을 빼주고 며칠 후에 다시 오라고 했다.

얼마 후 또 다시 무릎에서 물이 차고 열도 오르고 해서 병원에 갔다. 의사는 바로 입원을 하라고 했다. 다시 수술을 받았고 3주 동안 치료 후 퇴원해 정상적인 생활에 했다. 그런데 몇 주 후 이번에는 열이 39도까지 올라, 다시 병원을 찾아 3번에 걸쳐 수술을 거듭했다.

참다못한 가족들이 이 병원에서는 도저히 수술의 가망이 없으니, 대학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예약을 했다. 대학병원에서도 3번이나 수술을 받았다. 수술한 무릎 부위에 심각한 균이 발견돼 감염내과로 이송됐고 3주 동안 집중치료를 받았다. 그러다 또 심장에 이상이 있어 심장내과에서도 4주 동안 치료를 받은 후에야 가까스로 퇴원했다.

무릎은 아직도 완치를 못한 채 임시 조형물 삽입된 상태로 퇴원해 지금까지도 통증이 심하고 걷는 것도 불편하다. 먼길은 못 가고 가까운 아파트 주변 산책이 전부이다. 2018년 4월부터 지금까지 치료를 시작한 수술의 상처 후유증은 너무 깊어만 갔다.

동네병원에서부터 시작해 대학병원까지 일곱 번째 수술을 받았고 대학병원에서만 2년 2개월 동안 치료를 해왔다. 주민센터에서는 장애인등급 4급 판정을 받아 지금까지도 퇴행성관절염 치료를 받고 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더해지는 질병의 고통을 피할 수 없겠지만, 생각만큼 아름답고 행복하게 수명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노후의 고통에 대비했어야

과도한 치료비 부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노후에 피할 수 없는 4고를 겪고 있다. 네 가지 고통을 미리 대비해야 했어야 했는데 병고와 고독, 무위, 경제적 어려움과 신체적 질병, 소외감, 사회적 역할의 상실이 나에겐 너무나 가혹했다. 노후의 편안한 안녕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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