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연결의 감격 / 이호선
[백세시대 금요칼럼] 연결의 감격 / 이호선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장
  • 승인 2023.06.19 10:26
  • 호수 87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장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장

우리가 외롭다고 느끼게 된 건

손잡을 일이 점점 없어져서일 것

배우자, 자녀, 친구에게

처음엔 어색하더라도 손 내밀자

차일피일 미루다 후회하지 말고

비틀즈의 노래 ‘손잡고 싶어요’(I wanna hold your hand)를 기억할 것이다. 얼마나 손을 잡고 싶어 하는지, 노래에는 11번에 걸쳐 손을 잡고 싶다고 외친다. 생각해보면 누군가의 손을 잡고 싶다고, 그 손 좀 잡아보자고 말해본 지가 언제인지, 심지어 악수를 해본 지 오랜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물며 포옹은 말할 것도 없다.

몇 살부터라고 말할 수 없겠지만, 손잡자고 혹은 손잡아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어려서는 부모가 손을 내밀어 우리의 손을 잡았고, 성장하면서 친구의 손을 잡고, 성인이 되어서는 연인의 손을 잡았을 것이다. 

결혼해서는 배우자와 손을 잡고, 나를 닮은 아이의 손을 잡으며 놀았다. 직장 동료와 손잡고 일을 하고 업무를 위해 우리는 악수를 나누고 협업하며 생계를 이어나갔다. 손을 잡는다는 것이 손을 통한 연결이고, 우리는 손을 잡으며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고, 강화해왔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일을 멈추고, 아이들이 떠나가고, 이내 친구도 하나둘 떠나고 이후엔 배우자도 떠나게 된다. 태어나서 성장하고 젊음을 구가할 동안에는 지문이 닳도록, 귀찮다 싶을 만큼 다른 이의 손을 잡았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면 손잡자는 사람도 없고, 손을 내밀 일도 줄어든다.

요즘 말로 ‘복세편살’,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말하고 혼자가 편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아지는 세상에 굳이 누구 손을 잡을 필요가 있나 싶지만, 나는 요즘 이상하게도 자꾸 손이 잡고 싶다. 

어린 시절처럼 손을 맞잡고 ‘쎄쎄쎄’를 하며 손장난도 쳐보고 싶고, 고사리 같은 어린아이의 손도 잡아보고 싶다. 배우자의 손을 잡아보고 싶은 생각이 문득 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서 새삼 손잡고 싶어진 이유는 뭘까? 

뿌리쳤던 그 손을 잡을 걸, 잡았던 그 손을 더 꼭 붙들고 더 많이 잡을 걸 하고 후회 섞인 회한을 하는 이들이 어디 나뿐이겠는가마는, 돌아보면 우리 삶에서 손잡고 싶다고 노래했던 시절은 청춘기였다. 

안아달라 울고, 손 한 번 잡아 볼까 마음 설레고, 내 아이의 손을 만지며 생명에 감격하고, 나와 맘 통하는 이들과 손잡으며 동지애를 경험했던 그 청춘 말이다. 손 연결은 우리를 점점 더 강하게 만들어줬다. 

힘 있고 능력 있고 관계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던 그 시점에는 참으로 많은 이들이 내 손을 잡고 싶어 했지만 난 바빴고, 귀찮았고, 굳이 그 손을 잡지 않아도 내 인생은 충분히 충만했던 그 젊음과 힘과 권력이 포화상태였던지라 관계의 밀림 속에 귀한 줄 몰랐다.

그래서 말인데, 한번 돌아보자. 최근에 누군가의 손을 잡아본 적이 있는가. 연인이나 배우자의 손이건, 악수가 되었건, 도움의 손이건 간에 다른 이의 손을 잡아 본게 지난 한 달 동안 몇 번이나 되는가? 아마 몇몇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외롭다 느끼는 이유, 힘이 없어졌다 느끼는 이유, 동떨어졌다 느낀 시점을 생각해보면 손잡을 일이 점점 없어지면서 부터가 아닌가 싶다.

자, 이제 손 좀 잡아보자. 배우자가 있다면 그 옛날 뺨 붉던 청년의 심정으로 손 한번 잡아보자고 말하거나 그냥 슬쩍 손을 잡아보시라. 물론 배우자가 화들짝 놀라면서 ‘가족끼리 이러는 게 아니다’, ‘안 하던 일하면 간다’, ‘무슨 속셈이냐’ 등 어색함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을 할 수도 있겠으나 그 눈 바라보며 두 손을 꼭 잡아보시기 바란다. 앞으로 손을 잡을 날이 얼마나 있을까! 오늘이 남은 생애 중 가장 젊은 날이니 지금의 젊음을 만끽하기 바란다. 

이제 부모자식을 떠나 생애 동반자로 살아가는 성인 자녀들의 손 한번 잡아보자고 제안해보기 바란다. 아이들 역시 어색하고 놀랄 수 있고 심지어 거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손 한 번 제대로 잡지 못하고 차일피일 시일을 미루면 후회할 것이다.

손주는 말할 것도 없다. 친구를 만나면 눈인사나 말로만 인사하지 말고 악수를 해도 좋고 반가움을 가득 담아 두 손을 꼭 잡기 바란다. 새삼 새 기분이 들고 새 다짐이 들 것이다.

접촉은 우리에게 옥시토신을 분비해 행복감과 결속감을 준다. 오늘 유튜브에 들어가 비틀즈의 ‘I wanna hold your hand’를 들으며 행복과 결속의 상상을 시작하시라. 그리고 상상에 용기를 불어넣어 만나면 꼭 손잡고 인사하시라. 새로운 감격의 연결이 시작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