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무겁고 피곤하면 ‘하지정맥류’ 여부 검진을
다리 무겁고 피곤하면 ‘하지정맥류’ 여부 검진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7.31 14:52
  • 호수 8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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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정맥류의 증상과 치료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혈액이 다시 내려가지 못하도록 정맥 내 판막이 차단하는 모습(왼쪽)과 판막에 이상이 생겨 혈액의 역류를 막지 못해 혈관에 피가 몰리게 되면서 정맥이 부풀어 오른 모습.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혈액이 다시 내려가지 못하도록 정맥 내 판막이 차단하는 모습(왼쪽)과 판막에 이상이 생겨 혈액의 역류를 막지 못해 혈관에 피가 몰리게 되면서 정맥이 부풀어 오른 모습.

가족력, 비만,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자세, 다리 꼬기 등이 원인

약물경화·레이저 등으로 치료… 압박스타킹 착용하면 예방에 도움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여름이 되면 가장 많이 병원을 찾는 질환이 하나 있다. 바로 ‘하지정맥류’다. 더운 날씨에 긴바지보다 짧은 하의를 찾으면서 자연스레 다리에 튀어나온 혈관을 발견하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하지정맥류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7월에 가장 많았다. 

하지정맥류는 다리로부터 심장으로 올라가는 혈관인 정맥 내 판막(밸브)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판막은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혈액이 다시 내려가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혈관 판막에 문제가 생기면 다리 쪽으로 역류하는 혈액과 심장 쪽으로 이동하는 혈액이 만나 혈관 압력이 높아지게 되고 그로 인해 정맥이 부풀게 된다.

다리에는 혈액의 역류를 방지하기 위한 판막이 한쪽에만 60여 개가량 존재한다. 이 판막에 이상이 생기면 혈액의 역류를 막지 못해 혈관에 피가 몰리게 되고 결국 혈관이 팽창해 혈액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다리가 쉽게 피로해지고 무거워지면서 붓고, 쥐가 나는 증상이 자주 나타나게 된다. 

조성신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아무래도 여름이 되면 긴바지보다 짧은 치마, 바지 등을 입으면서 시선이 더 가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라며 “여름철 온도가 높아지며 혈관이 확장되면 다리에 머무는 혈액이 많아지고, 이에 다리에 가해지는 압박이 커지면서 하지정맥류 증상이 심해지는 것도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정맥류의 원인

하지정맥류는 여러 요인이 복합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가족력 등 유전적인 요인이 하지정맥류 발생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하지정맥류 환자의 약 80%에서 적어도 1명 이상의 가족 구성원이 하지정맥류로 치료를 받았거나 치료를 고민하고 있다고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다. 

임신 또한 가족력 다음으로 중요한 요인으로, 자궁이 커지면서 복압이 높아지는 물리적인 요인 외에도,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의 변화가 주요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복부비만 또는 복압을 증가시키는 만성질환 △하루 6시간 이상 서 있는 직업 △의자에 오래 앉아있는 직업 △심부정맥혈전증의 과거력 △습관적으로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 등이 원인이다.

◇하지정맥류 증상

대한혈관외과학회와 대한정맥학회가 전국의 성인 1024명(일반인 900명, 환자 124명)을 대상으로 ‘하지정맥류 질환 대국민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반인 85%는 대표 증상으로 ‘다리 혈관의 돌출’을 생각했지만, 실제로 환자들은 ‘다리가 무겁거나 피로한 느낌’을 가장 많이 호소했다. 

오히려 실제 환자 중 혈관 돌출을 경험한 환자는 절반도 미치지 않았다. 이외에도 발바닥 통증이 나타나거나  잘 때 쥐가 자주 나는 증상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하지정맥류는 단순히 핏줄이 튀어나와 미관상으로만 문제가 되는 질환이 아니다. 다리 통증과 저림, 하지 부종 등의 증상을 일으키며 장기적으로는 혈관 주변에 염증이 발생해 심한 경우 피부 괴사까지 나타날 수 있다.

조성신 교수는 “하지정맥류는 아침보다는 저녁이나 야간에 증상이 두드러진다는 특징이 있다”며 “다리 혈관의 돌출이 없더라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정맥류 진단과 치료

하지정맥류의 근본적인 치료는 수술을 통해 정맥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다. 고전적인 수술법으로는 피부를 절개하여 문제를 일으키는 혈관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사타구니와 무릎 아래 피부를 작게 절개한 다음 망가진 정맥을 없애는 것인데, 효과가 빠르고 재발이 적지만 신경 손상이나 출혈, 통증 등이 있을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절개술보다는 작은 구멍을 뚫고 문제 되는 혈관에 도관을 삽입해 열이나 접합제 혹은 경화제를 주입하여 폐쇄하는 수술법이 많이 시행된다. 

약물경화요법은 늘어난 정맥류에 혈관을 딱딱하게 하는 경화제를 주사하는 방법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시술이 가능하다. 거미줄 모양의 정맥에 1인치 간격으로 적게는 몇 번에서 많게는 수십 번까지 주사를 시행하며, 경화 요법이 완료된 후에는 압박붕대로 강하게 압박한다. 시술 흉터도 없으며, 바로 활동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정맥류의 직경이 크거나 증상이 심한 환자는 외과적 수술이 불가피하다. 최근에는 부분 마취 후 정맥류의 원인이 되는 혈관에 주사 바늘을 꽂아 레이저 광섬유를 집어넣는 고주파 치료와 레이저를 이용한 정맥류 제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혈관 내 레이저 요법은 혈관 내벽에 레이저를 쏘는 것으로, 늘어난 정맥 내로 레이저 광섬유를 넣고 열을 발산해 혈관 벽을 태워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병든 정맥으로 혈액이 흐르는 것을 차단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좋다.

다만, 주변에 통증을 일으킬 수 있어 치료 부위 주변 마취가 필요하고 필요에 따라 하반신 마취나 전신마취가 필요하다.

조 교수는 “가족력, 임신, 출산 등 위험인자가 있으면 고탄력 압박스타킹을 신으면 예방에 도움 된다”며 “복압이 높아지지 않도록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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