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비둘기 포장마차
[시] 비둘기 포장마차
  • 박민순 시인
  • 승인 2024.03.18 11:22
  • 호수 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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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포장마차

박민순시인
박민순 시인

밤안개 속 깜빡이는 동심원(同心圓)

꺼질 듯 불빛 몇 가닥

내 시야 한복판을 긋는다

 

오산역 건물 꼭대기에 모여 사는

구구 비둘기는

빈 컵 속의 눈물이라도 파먹겠지만

정한(情恨)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는

희미한 하루살이 오랜 속사정 잊고

술잔에 가득 그리움을 담는다

 

신문지 몇 장 포갠 의자에 앉아

빈속에 소주를 부어 버리면

문득 비둘기 정수리에 걸리는 달

 

남루해지지 말자, 남루하지는 말자

몇 번이나 다짐하며 비둘기 울음 500cc

입가심으로 황급히 수혈하면

내 어깨에 비둘기처럼 날개가 돋을까

 

 

별의별 생각을 다했지만

생각은 생각 속에서

훌라후프 빙빙 돌아갈 뿐

포장마차는 오늘밤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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