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다리가 저릿저릿한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과 치료
밤마다 다리가 저릿저릿한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과 치료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4.03.25 13:30
  • 호수 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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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도파민 부족 등으로 발병… 움직이면 다리 불편한 증상 없어져 

가벼운 운동이나 마사지로 증상 완화… 개선 어렵다면 약물치료 고려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최근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영화(54) 씨는 자려고 눕기만 하면 다리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저릿하고 간지러운 감각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하지불안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주로 잠들기 전에 불편함을 호소한다. 자꾸만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생기고, 실제로 움직여야 편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1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는 하지불안증후군은 불면증을 부르는 대표적인 수면 질환이다.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 매우 다양해 다른 질환으로 잘못 진단돼 부적절한 치료를 받기도 한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수면센터 신경과 교수는 “다리가 저리거나 불편한 증상은 특정 증상이 아니고 환자들마다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며 “다리가 쑤시는 듯 근질거리는 느낌, 잠을 자려고 하면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쑤시고 따끔거림, 타는 느낌, 전기 오는 느낌, 칼로 찌르는 느낌, 가려움 등의 다양한 불쾌한 감각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원인

하지불안증후군은 절반 정도에서 유전적 경향을 보인다. 이와 함께 명확하진 않지만, 뇌의 도파민 부족이 발병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불어 도파민을 만드는 아미노산인 타이로신이 뇌에서 레보-도파로 변환시킬 때는 철분도 필요하므로, 철분의 부족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에 철분 부족의 원인으로 빈혈이 있다면 임신 중이거나 ‘만성신장질환’, ‘요독증’ 환자에서 더 많이 발생하게 된다.

이차적으로는 다리에 충분하지 못한 혈액 공급, 말초 신경증과 같은 신경 손상, 당뇨병, 빈혈, 신장병, 전립선염 및 방광염 같은 질병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피로하거나 카페인 음료 섭취, 온도가 높거나 추운 곳에 오래 노출될 때에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진단과 증상

하지불안증후군은 주관적 증상기술과 문진에 의해 1차 진단이 내려지기 때문에 다리에 불편한 감각 증상을 주로 보이는 기타 다른 질환과 명확히 감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다리가 저리고 불편하다고 해서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진단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을 진단하기 위한 특징적인 조건이 있는데 우선 다리가 불편한 느낌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들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증상이 누워 있거나 앉아 있을 때와 같이 가만히 있을 때 증상이 발생해야 하며,  다리가 불편한 증상은 움직일 때 없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증상이 밤에, 특히 잠을 자려고 누워 있을 때 더욱 악화돼야 진단할 수 있다. 

대체로 양쪽 다리 모두에서 증상이 발생하지만 한쪽 다리의 증상이 더 심하거나 한쪽 다리에서만 생기기도 한다. 또한 드물게는 상체에도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진단기준에 증상 부위는 포함되지 않는다.

신원철 교수는 “이처럼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면서 다른 질환과 유사한 면이 많아 허리디스크, 하지정맥류, 야간 다리 경련, 말초신경질환 등으로 오해받기도 한다”며 “한참 활동하는 낮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고 아무 움직임이 없는 밤 시간에만 증상이 나타나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하지불안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치료

증상이 심하지 않은 하지불안증후군은 가벼운 운동, 발과 다리 마사지나 족욕, 철분 섭취를 통해 호전될 수 있다. 단, 운동은 과하면 안 되고 중등도의 가벼운 운동이 좋다. 

유산소 운동은 평소 심박 수보다 2배 이내, 시간은 30분 이내가 적당하다. 유산소보다 더 추천되는 것은 요가나 스트레칭이다. 잠자기 전 1~2시간 전에 다리를 이완시키는 스트레칭을 하면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수면습관도 필수이다. 잠이 불규칙해지면 수면의 질이 떨어져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마사지나 찬물과 뜨거운 물을 번갈아 하는 족욕도 좋다. 이때 뜨거운 물로만 족욕을 하면 체온을 올려 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이러한 대증요법에도 증상 개선이 어려울 경우, 약물치료를 할 필요가 있다. 치료제로 일차적으로 사용되는 약물은 ‘도파민 작용제’이다. 이 계열의 약물을 복용하면 80~100% 환자에서 증상이 조절돼 대개 1~2주 이내에 상당한 호전을 보인다

그러나 고용량으로 오래 복용하면,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이 더 심해지는 증강 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니, 가급적 필요할 때만 적은 용량으로 복용해야 한다. 

신 교수는 “감각 자극을 뇌로 전달되는 회로를 차단하는 알파-델타리간드 계열의 통증 조절약물도 사용할 수 있다”며 “철분 결핍이 있는 경우에는 철분 보완 요법을 시행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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