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일흔, 여든을 넘긴 어르신들이 젊은이 못잖은 체력과 열정을 과시하고 있다. 사회활동에 대한 욕구 또한 높아 ‘액티브 시니어’(활동적 노년)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욕구를 건전하게 분출시키고 노후를 즐겁게 영유할 수 있는 사회 여건은 미흡하기만 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노인실태조사(2012년)에 따르면, 어르신 99%가 TV시청으로 여가를 보내고 있었다. 다음으로는 화투·카드(26.9%)가 가장 많았다. 과거에 비해 활동성은 높아졌지만 마땅한 취미·여가 활동이 없는 것이다. 이에 백세시대은 쉽고 재미있는 취미활동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취미를 가집시다’라는 주제로 다양한 여가문화 활동을 5회에 걸쳐 기획·연재한다. |
화투나 윷놀이에 국한된 노인여가활동의 좋은 대안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보드게임이다. 보드게임은 바둑이나 장기 같이 보드(판)와 카드, 타일 등 물리적 도구를 이용해 일정한 규칙에 따라 진행하는 게임을 통틀어 말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해 승부를 겨루며 사회성은 물론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를 수 있어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대안적인 놀이문화로 인기가 높다.
보드게임은 노인들에게 특히 더 효과적이다. 게임을 통해 집중력은 물론 추리력과 판단능력 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치매예방에도 탁월하다. 특히 모든 게임은 2인 이상이 얼굴을 마주하고 의견을 교환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소통 및 사회성 함양에도 좋다. 즐거운 게임을 통해 긴장감과 스릴, 재미를 느끼는 것은 ‘기본’이다.
보드게임을 처음 접한다고 두려워 할 필요는 전혀 없다. 개인성향과 수준에 맞춰 원하는 게임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게임 규칙이 간단한 보드게임은 유치원생 손자손녀와도 함께 즐길 수 있을 정도다. 친구와 함께, 가족과 함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인기 보드게임들을 정리했다.
▲젠가(2~6명, 난이도 ★)
규칙은 간단하다. 탑처럼 쌓아 올린 나무블록을 참가자들이 돌아가면서 하나씩 빼서 다시 블록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 나무블록을 빼거나 올릴 때 탑을 무너뜨리는 사람이 지게 된다. 젠가는 값도 저렴하고, 규칙도 단순해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탑을 넘어지게 한 사람에게 간단한 벌칙을 부여하면 게임에 집중하게 돼 더욱 재밌다. 팀을 짜서 게임을 진행하면 다양한 작전도 펼칠 수 있다. 젠가는 집중력은 물론, 균형감각과 공간감각, 신체 활용 시 강약조절 능력 등을 기르는데 제격이다.
▲덤블링몽키(2~6인, 난이도 ★)
▲스머프 사다리게임(2~4명, 난이도 ★)
예측할 수 없는 즐거움이 게임의 묘미다. 사다리가 그려진 칸에 도착하면 사다리 위로 올라가고 미끄럼틀 칸에 걸리면 아래로 떨어지며 수시로 순위가 바뀐다. 복잡한 두뇌 싸움보다는 운에 따라 승부가 좌우되는 요소가 강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주사위를 굴려 100번째 칸까지 전진하다 보면 자연스러운 연산과 추리력, 집중력, 관찰력을 키워 치매예방에도 좋다. 손자손녀와 함께 한다면 수와 기초 연산학습에도 도움이 된다. 게임 소요시간은 약 20분.
▲피트(3~8명, 난이도 ★★)
무엇보다 이 게임은 주사위를 던지거나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농부가 농사를 짓는 것처럼 부지런하게 상대방과 카드를 교환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여러 사람이 “2장 바꿀 사람” “3장 교환해요” 등을 외치기 때문에 금방 분위기가 좋아진다. 게임은 약 20~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부루마블(2~6인, 난이도 ★★)
게임은 전후반으로 구분되는데, 전반전은 게임판을 돌며 주권카드를 구매하고, 후반전부터는 자신의 땅에 건물을 짓고 임대료를 받으면서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된다. 게임의 목표는 자신의 땅에서 걷히는 임대료 수입을 통해 수익을 얻어 파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것으로, 최후의 1명이 승자가 된다.
▲할리갈리(2~6인, 난이도 ★★)
이 게임은 상대방이 카드를 넘길 때마다 모두가 숨죽여 응시하는 스릴감이 묘미다. 가장 먼저 종을 친 사람은 그 때까지 테이블에 펼쳐져 있던 모든 카드를 가져간다. 카드는 게임의 생명과 같아서 모두 바닥난 사람은 탈락하게 된다. 최후까지 남은 사람이 승리하게 된다. 게임 시간은 한판에 10분이면 충분하다. 집중력과 순발력 향상에도 큰 효과가 있다.
▲루미큐브(2~4명, 난이도 ★★★)
먼저 1부터 13까지 적혀있는 숫자 타일을 가져온 뒤, 같은 색깔로 연결되는 숫자 타일이나 같은 숫자로 연결되는 색깔 타일을 내려놓는다. 타일을 내려놓을 수 없으면 바닥에서 새 타일을 가져와야 하고, 가장 먼저 타일을 모두 내려놓는 사람이 이긴다. 규칙은 단순하지만 타일을 어떻게 조합하는가에 따라 게임의 승부가 결정된다. 한 번에 모든 타일을 버리면 승리할 수도 있는 게임성 때문에 통쾌함과 함께 전략적인 짜릿함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
▲블로커스(2~4명, 난이도 ★★★)
가능한 많은 블록을 판에 내려놓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어떤 모양의 블록을 먼저 선택할지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상대편이 블록을 내려놓으면서 방해요소가 생기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 자신의 퍼즐을 다 사용하거나 게임판에 더 이상 타일을 놓을 수 없는 순간이 오면 게임이 종료된다. 남아있는 퍼즐 개수가 적은 사람이 승리한다.
▲어메이징 라비린스(2~4명, 난이도 ★★★)
미로가 계속 바뀌는 것은 타일에 비밀이 있다. 게임판에는 49개(7행, 7열)의 타일이 연결돼 미로를 형성한다. 타일에는 각기 다른 형태로 길이 나 있으며 그림 맞추기 게임처럼 쉽게 움직일 수가 있다. 각 플레이어에게는 1개의 타일이 주어지는데, 자신의 순서가 되면 어느 장소에 타일을 밀어 미로의 길을 바꿀 수 있다. 매번 전혀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