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분회장 활동비 지급…선거공약 실현해 보람
지도층 인사 ‘원점에서 시작하라’고 설득해 회원으로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소통이 가장 문제더라.”
9월 7일, 김명남(81) 대한노인회 전남 여수시지회장은 ‘전 경로당을 돌아보고 나서 느낀 점이 무어냐’고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어 “지회와 분회간 소통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분기별 이사회로는 부족하고 그룹별로 자주 만나는 방법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여수시 신월로에 위치한 지회 청사에서 김 지회장을 만나 지회 운영 및 비전, 공직 경험 등을 들었다. 시의원 3선을 지낸 김 지회장은 2019년 5월에 취임했다.
-태풍 피해는 없는지.
“방금 분회장으로부터 관내 경로당에 태풍 피해가 없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런 분들이 계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코로나사태로 경로당 문을 다시 닫았다.
“여기는 코로나 문제에선 청정지역이다. 이곳을 경유하는 외지인 가운데 확진자가 보일 뿐 시민들 중에는 나오지 않고 있다. 코로나 발생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 경로당 문을 열고 닫았다.”
-타 기관, 업체와 업무 협약을 많이 맺는 것 같다.
“취임 6개월 동안 13곳의 병원 및 자원봉사단체와 업무 협약식을 가졌다. 노인들에게 뭐든 보탬이 될 만한 일을 만들어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작년 10월 협약식을 한 세계환경공사의 경우는 의치, 임플란트, 보철 등의 치료비 일부를 지원해준다. 장례식장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닌가.”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아파트 경로당은 좋은데 반해 전체 경로당(524개) 중 40%가 노후 되고 비좁아 손을 봐야 한다. 시에 얘기해 순차적으로 개보수를 하고 있다. TV·냉장고 등 생활용품은 대체로 잘 구비돼 있다. 읍면 동사무소의 복지팀이 경로당을 소상히 알고 문제들을 해결해주고 있다.”
-섬의 경로당도 돌아보았는지.
“지난 지회장 선거 당시 열흘 동안 450여곳을 방문했다. 여수는 섬이 365개에 달한다. 돌산도 다음으로 큰 섬인 금오도를 갔었다. 83가구, 1648명이 거주하며 31개 경로당이 있다. 섬 회원들도 프로그램 혜택을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더 신경을 쓰려고 한다.”
-경로당을 돌아보고 느낀 점은.
“지회와 분회 간 소통이 안 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경로당 내 문제점이나 분위기 파악도 잘 안되고…. 토론도 하고 지회에 건의도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안 되고 있더라.”
-해결 방법은.
“저는 경로당 방문을 좋아한다. 평소에 전화도 자주 하고 부지런히 찾아다닌다. 코로나 초기에 경로당 문단속 확인 차 손수 운전해 다니기도 했다. 27개 분회장이 이사를 겸해 분기별로 회의를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앞으로는 그룹 별로 만나 현안을 같이 고민하고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경로당에 빈손으로 찾아가기는 좀 그렇다.
“맞는 말이다. 애로사항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색 있는 경로당은.
“‘오순도순 어르신보금자리’라고 해서 읍면 농어촌 지역의 47개 경로당을 독거노인 공동생활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급식도우미, 방문보건서비스 등을 제공해 홀몸 어르신들의 외로움과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줘 좋은 평을 듣는다.”
-분회장에 대한 대우는.
“올해 처음으로 분회장 활동비(연 18만원)가 지급되고 있다. 여수시장께서 노인들에게 진정성 있게 잘 해주신다. 전화비, 이사회 교통비 수준이지만 앞으로 (액수를)키워나가려고 한다. 분회장 활동비 지급은 선거공약이기도 하다”
-노인일자리 사정은 어떤가.
“노노케어(80명), 공원가꾸기(70명), 게이트볼교육강사(30명), 한궁교육강사(35명) 등 총 215명이다. 민간취업도 직원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 올해 목표의 90%인 126명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밖에 재능나눔활동에도 100명이 참여하고 있다.”
김 지회장은 “음악 봉사를 하는 실버밴드(다사모)를 비롯해 신바람·모전 등 3개 노인자원봉사클럽이 활성화 됐다”고 덧붙였다.
김명남 지회장은 여수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33년의 공무원 생활을 마친 뒤 여수시의회 의원을 세 차례 역임했다. 여수시지회 경로당 회장(4년), 분회장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녹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여수 어촌지도소장, 수산청 어촌지도과장 등을 지냈다. 기억에 남는 일은.
“국가적 차원의 여수해양수산업 진흥에 힘썼다. 여수 가막만과 통영에서 생산하는 굴을 미 FDA(식약청)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 수출하는 과정에서 바다가 오염되지 않도록 엄격히 규제했다.”
-시의원 3선을 지냈는데.
“돌산대교, 화태대교 건설 당시 어민 보상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했다. 낙도에 해저관로를 매설하고 300m 고지에 2단가압장치를 설치해 불가능에 가까웠던 벽지의 상수 문제를 해결한 점이 기억에 남는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공직을 마친 뒤 집에서 쉬고 있는데 근처 국동경로당 회장이 저를 찾아와 회원 가입을 권했다. 마침 저도 경로당에 나갈 기회를 보던 중이라 흔쾌히 따라 나섰다. 가자마자 경로당 회장을 맡긴 걸 보면 그분들이 저를 점찍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웃음).”
국동경로당은 고급 공무원 출신에 3선 시의원이란 화려한 경력의 회장을 맞아 상전벽해했다. 회원도 배나 늘고 3000만원의 지원을 받아 노후된 시설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지회 청사가 50년이나 됐다고.
“시장께 신청사 지원을 요청해 긍정적인 대답을 들었다. 400평 건물 대지가 노인회 소유여서 시가 건물을 지어줄 경우 소유권 문제가 발생한다. 지회 임원들과 이 부분을 먼저 확실하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김명남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경직돼 있는 경로당 운영비 정산으로 인해 경로당 회장, 총무가 애로사항이 많은 점을 고려해 운영비의 30%선에서 자율집행이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로당 회원 확대와 관련해서도 효율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경찰서장이나 국장 등 고급공무원 출신들이 경로당에 나오는 걸 꺼려한다. 그분들로 하여금 과거의 경력을 다 잊고 원점에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경로당 회장이 지역의 인사들을 찾아가 ‘경로당에도 당신과 대화할 만한 수준의 노인들이 있으니 나오시라’ 이렇게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그 사람이 동창생이나 주위 사람도 데리고 나오는 식으로 회원이 증가하면 경로당도 활성화되고 좋아지지 않겠는가.”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