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류씨-의성김씨 ‘400년 대결’ 일단락
풍산류씨-의성김씨 ‘400년 대결’ 일단락
  • 관리자
  • 승인 2009.04.03 17:01
  • 호수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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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싸움 접고 호계서원 위패서열 좌 서애(류성룡)·우 학봉(김성일)으로 확정
400년 동안 안동지역에서 이어져 온 풍산 류씨와 의성 김씨 가문의 자존심 대결이 일단락됐다. 3월 31일 안동시에 따르면 앞으로 복원 작업에 들어가는 호계서원(안동시 임하면)의 위패 서열이 좌 서애(류성룡), 우 학봉(김성일)으로 확정됐다.

호계서원은 1573년 조선 선조 때 퇴계 이황의 제자들이 스승을 기려 안동에 세운 것으로 이후 퇴계를 중심으로 왼쪽에 누구를 모시느냐로 400년 동안 두 가문과 제자들이 자존심 싸움을 벌여 왔다. 안동에서 나고 자란 서애 류성룡(1542-1607)과 학봉 김성일(1538~1593)은 둘 다 퇴계의 수제자. 학봉 김성일은 임진왜란 직전에 조선통신사 부사로 일본을 다녀왔으며 임진왜란 당시 경상우도 초유사로 적과 싸우던 중 병사했다.

서애 류성룡은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으로 선조 임금을 모시면서 국난을 극복하는데 공을 세운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그러나 두 사람 가운데 누구를 윗자리인 퇴계의 왼쪽에 모시느냐를 놓고 두 거두의 제자들과 가문끼리 세기에 걸쳐 한 치의 양보없는 신경전을 벌여 왔다.

퇴계를 모신 호계서원에서 이들의 서열은 1800년대 초까지 200년 가량 시비가 되면서 임금에게까지 상소가 올라가는 등 논란에 휩싸였지만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고 이윽고 서애 류성룡의 위패가 병산서원으로 옮겨가면서 다툼은 사실상 종료됐다.

그 후 또다시 200년 동안 이 문제는 수면 아래에 머물러 있었고 급기야 최근에 안동시가 호계서원을 복원하기로 하면서 극적인 합의에 이르렀다.

두 가문의 종손이 최근에 서로 만나 벼슬 서열에 따라 서애 류성룡을 퇴계의 왼쪽에, 학봉 김성일을 퇴계의 오른쪽에 모시기로 했다. 안동시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퇴계의 수제자로 영남 유림의 큰 어른들이다보니 본의 아니게 자존심 싸움이 이어져 온 것 같다”며 “누가 어느 자리를 차지하느냐보다는 위대한 학자의 사상을 기리는 일이 더 중요한 만큼 더 이상의 논란은 무의미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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