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와 비슷하지만 두통 심하면 ‘뇌수막염’ 가능성
감기와 비슷하지만 두통 심하면 ‘뇌수막염’ 가능성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6.12 15:25
  • 호수 8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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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수막염의 증상과 치료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영유아, 노인, 면역질환자의 경우, 세균과 바이러스가 뇌척수액 공간으로 침투하기 쉽기 때문에 두통·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는 뇌수막염이 발병될 가능성이 높다.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영유아, 노인, 면역질환자의 경우, 세균과 바이러스가 뇌척수액 공간으로 침투하기 쉽기 때문에 두통·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는 뇌수막염이 발병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러스, 뇌척수액 공간 침투해 발생… 복통·구토 등의 증상도 나타나

심하면 혼수상태, 뇌전증 후유증도… 철저한 개인위생이 예방의 열쇠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고열과 두통이 나면 이를 감기로 생각해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구토, 설사를 동반한 증상이 나타나고, 유독 열이 높다면 감기가 아닌 뇌수막염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뇌수막염은 뇌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인 뇌수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원인과 종류는 다양하며 보통 바이러스, 세균, 진균, 기생충 등이 뇌척수액 공간으로 침투하여 병을 일으킨다.

송준섭 의정부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를 맞아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신체활동이 왕성해졌고 한낮에 덥다고 반팔 옷을 입다 아침저녁의 선선한 기온으로 감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때 흔히 감기로 단정하기 쉽지만 고열, 두통이 계속된다면 뇌수막염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뇌수막염의 원인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원인은 바이러스와 세균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바이러스가 뇌척수액 공간으로 침투해 발생하게 된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 중 가장 흔한 원인은 에코바이러스, 콕사키바이러스 등이며, 그 외에 홍역 바이러스 등도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폐렴연쇄구균, 인플루엔자간균, 수막구균 등으로 인해 발생된다. 인플루엔자간균에 의한 뇌수막염은 과거에는 소아에게 주로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50세 이상 성인에게도 많이 발생되고 있다.

뇌수막염 진행은 원인 균주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1~2일 이내에 급격하게 진행되며,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3~4일, 결핵성 뇌수막염은 1~2주일 정도에 걸쳐 느리게 진행된다. 

◇뇌수막염의 증상

초기에는 발열이나 두통 등 일반 감기와 비슷하게 시작되고, 구토, 복통 등의 소화기 증상도 나타나기 때문에 감기나 위장관염으로 잘못 진단되기도 한다. 따라서 초기에는 동네 병원에서 감기약이나 소화제만을 처방받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목이 뻣뻣해져서 고개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구토와 고열로 탈진이 되어서 몸이 처지는 현상을 느낀다. 

따라서 이 같은 감기 증세나 다른 특별한 이유도 없이 고열과 심한 두통이 지속된다면 일단 뇌수막염을 의심하고 빨리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다.

감기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기침이나 가래, 콧물 등의 증상이 거의 없고, 체했을 때와 달리 복부가 아픈 증상보다는 눈 주위나 머리가 유달리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송준섭 교수는 “뇌수막염의 경우, 일반적인 감기나 독감보다 고열과 오한 등의 증상이 더욱더 심하게 나타난다”며 “드물게 안면마비 등 국소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소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면 갑자기 걸음걸이가 불편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발성 기관의 기능 이상 때문에 말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는 ‘구음장애’,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워지는 ‘삼킴장애’나 ‘안면마비’, ‘편측마비’ 등이 생길 수 있다. 심한 경우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으며, 후유증으로 인지기능 장애나 뇌전증(간질)을 남길 수 있다.

◇뇌수막염의 진단

뇌수막염이 의심되면 척추천자라는 검사를 통해 뇌척수액을 검사해야 한다. 일반적인 피검사나 CT, MRI 등의 검사를 통해서는 뇌수막염의 여부를 확실하게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척추천자 검사는 환자가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시행되며 10분 내외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래쪽 허리 부분에 주사를 찔러서 검사하기 때문에 뼈를 뚫고 들어가는 검사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허리뼈를 이루는 뼈 사이로 주삿바늘이 들어가는 검사로 그다지 고통스럽지는 않다.

뇌척수액 검사를 통해 뇌척수액의 단백질이나 당의 농도, 임상 증상의 양상 및 경과를 종합해 추정한 후 백혈구 수치가 증가해 있고, 전형적 증상이 해당되면 뇌수막염으로 진단된다. 

◇뇌수막염의 치료

뇌수막염의 치료는 염증을 일으킨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충분한 휴식과 수액 치료만으로도 완치가 된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나 노인에게서는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있을 수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세균, 결핵균, 곰팡이, 기생충 등으로 인해 뇌수막염이 발생됐을 경우 적절한 시기에 항생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의식 저하, 경련, 마비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세균성 뇌수막염을 예방하려면, 원인균에 해당하는 백신을 접종하면 되지만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송 교수는 “일부이긴 하나 항생제 등 긴급치료가 필요한 세균성 뇌수막염일 가능성도 있는 만큼 뇌수막염이 의심되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좋다”며 “뇌수막염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외출 후 집에 돌아와서 손과 발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위생에 철저히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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